2013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영국 소설가 데버라 리비는 자전적 에세이 『알고 싶지 않은 것들』을 발표했다. 처음 출간되었을 때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에 대한 하나의 응답’이라는 부제가 붙기도 한 이 책에서 리비는 밝히지 않은 상처를 안은 채로 여성 작가의 자아라는 문제를 성찰했다. 활발히 소설 집필을 이어 가던 와중 그는 이 자전적 에세이를 ‘생활 자서전’(living autobiography 3부작으로 확장했고 2018년에 둘째 권인 『살림 비용』을 출간했다. 『살림 비용』은 출간 후 “회고록이자 페미니즘 선언”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가디언』이 뽑은 ‘21세기의 책 100권’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고, 2020년에는 『알고 싶지 않은 것들』과 함께 프랑스어로 번역되어 심사 위원이 전원 여성으로 구성되는 페미나상의 해외 문학 부문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그리고 전작 『알고 싶지 않은 것들』에 이어 이번에도 이예원 번역가의 작업으로 플레이타임에서 『살림 비용』 한국어판이 출간되었다.
50대에 들어선 지은이가 이혼한 직후 시점에서 시작되는 『살림 비용』은 사회적 보호를 빌미로 사회가 여성, 특히 어머니라는 존재를 두고 멋대로 품은 망상과 이들에게 가해 온 억압을 예리하게 파헤친다. 그 과정에서 지은이는 문학과 영화, 조각 등 여러 분야에서 활약한 앞선 세대 여성 작가들과 교감하는 한편 젊은 여성 세대에 희망과 연대를 표한다. 또 “타고난 초현실주의자”라는 평가답게 현재와 과거를 공존시키는 형식 실험을 통해 향수에 붙들리지 않고서 독자들을 새로운 삶으로 데려가고 있기도 하다.
이 자전적 이야기를 통해 그가 던지는 메시지는 “아직 쓰이지 않은 주연급 여성 캐릭터”를 발견해야 한다는 것이다. 『살림 비용』은 그런 캐릭터를 작품에서 형상화하려는 작가의 고민을 공유하는 에세이며, 나아가 지은이 자신이 현실에서 그런 여성이 되고자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은 기록이다.
『살림 비용』은 『알고 싶지 않은 것들』에 이어 번역가 이예원이 한국어로 빚었다. 번역이 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