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욕망이 사건을 만들어내듯
역사는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행동이 만들어낸다
2500년 유럽의 역사를 한 권에 담아내며, 로렌스는 지금은 정론이지만 당시에는 어느 역사가도 하지 못했던 야심만만한 주장을 책 속에 선보인다. 이를 위해 로렌스는 정확히 세 가지의 역사 서술 방식을 비판하며 자신의 책을 시작한다.
첫 번째는 사실만을 나열하며 담백하게 쓰여진 기존의 역사서다. 이런 방식은 역사를 이야기가 아닌 책 속의 죽은 지식으로 전락시켜버린다. 두 번째는 사진처럼 생생함을 추구하는 역사서다. 이런 역사서는 역사 속 인간들을 마치 소설 속 주인공처럼 묘사한다. 위대한 인물, 영웅 혹은 희대의 악인들이 음모와 갈등에 휘말리며, 사랑에 빠지고, 지극히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역사의 한 면을 장식한다. 적어도 흥미 면에서는, 특히 독자가 어리면 어릴수록 더 매혹적으로 읽힐 수 있는 방식이지만 로렌스는 이 방식이 오히려 역사에서 역사성을 제거해버리는 악영향을 끼친다고 반박한다. 셰익스피어의 카이사르는 로마 시대가 아닌 엘리자베스 시대의 카이사르이고, 버나드 쇼의 카이사르도 빅토리아 시대의 카이사르이며, 이 중 어느 쪽도 비록 매력적일지언정 진짜 카이사르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마치 과학처럼 논리와 인과를 중시하는 역사서다. 역사가는 하나하나의 사건을 밝혀낸 후 그 사건을 관통하는 커다란 고리를 만들어낸다. 훌륭한 학자가 작업한다면 그 결과 얻을 수 있는 것은 지극히 논리적인 역사다. 사건의 원인과 결과, 전개 모두 ‘논리적으로는’ 흠 잡을 데가 없다. 그 모든 논리가 실제 사실이 아니라 고작해야 유추의 결과일 뿐이라는 문제를 애써 외면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로렌스에 따르면 과학적인 역사는 다르게 말하면 ‘사실이 아닌 것도 그럴듯하니 사실로 인정하라’는 억지에 지나지 않는다. “역사의 진실은 하나가 아니다”라는 말은 요즘 시대에는 상식처럼 떠올리는 말이지만, 그 요즘 시대조차 그 말을 엄밀히 적용해 서술한 역사책은 로렌스의 이 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