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세기 자유주의 과학인의 멘토 토마스 헉슬리
19세기는 흔히 과학의 시대라고 불리지만 사회, 정치, 교육, 법률 그리고 종교 분야의 논의가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사고되어야 하고, 부인할 수 없는 증거를 통해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한 과학인 헉슬리의 존재가 없었다면, 아마도 진정한 과학의 시대는 다음 세기로 연기되었을지 모른다. 이러한 맥락에서 헉슬리를 19세기 자유주의 과학인의 멘토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헉슬리의 정력적인 활동 덕분에 과학은 19세기 후반에 이르러 사회의 인정을 받는 학문으로 자리하게 되었고, 후배 과학인들은 이러한 지적 풍토의 전환 속에서 과학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여유를 누리게 되었다. 헉슬리는 칼럼을 통해 과학이 영국 사회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분야라는 점을 설득하였고, 그의 강연은 예리한 비유와 종합 능력을 구사하며 쉽지 않은 과학적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명강연으로 알려졌다.
▶ ‘다윈의 불도그’라고 불리는 진화론자가 윤리를 말하다
사실 토마스 헉슬리는 ‘다윈의 불도그’라고 불릴 정도로 일생 동안 사회 발전을 위해 과학지식, 과학적 사유방법 그리고 기술교육이 중요하다는 점을 실천했는데, 이 강연에서는 그와 상반되어 보이는 윤리의 문제를 제기하여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헉슬리는 ‘잭과 콩나무’ 이야기를 인간사회에 적용하여, 콩이 자연계의 생존경쟁을 통해 거대한 콩나무로 성장하는 과정은 인간이 자기주장, 동물적 본성 등의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여 자연계에서 이루어지는 생존경쟁에서 승리하는 과정을, 거대한 콩나무가 만든 하늘의 세계는 인간이 건설한 고도의 문명사회로 비유하였다. 그런데 인간사회 내부에는 자연 상태에서 생존경쟁을 벌이던 시절의 우주적 본성이 잔존하여 현재의 문명사회를 위기에 처하게 만들 수가 있는데, 이런 위기적 상황을 방지하고 문명사회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자연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생존경쟁 방식과 차원을 달리하는 인간사회의 윤리적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