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동물 묘사에 뛰어난 『피터 래빗』의 저자
베아트릭스 포터가 그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베아트릭스 포터는 영국의 아동문학 작가로 글과 그림을 그렸고, 자연 보호에 앞장서며 평생을 헌신한 환경보호가이다. 유년 시절부터 동물을 사랑하고 자연과 교감하며 자란 포터는 그녀가 지은 『피터 래빗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전원을 묘사하고 그리는 데 뛰어나다. 이 책 『빨간 모자와 늑대』에 그림을 그린 헬렌 옥슨버리는 독자에게 전하는 글에서 포터가 다시 쓴 빨간 모자 이야기를 읽자마자 이 원고에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고 말한다. 영국 시골 풍경을 그대로 묘사한 꽃 가득한 초원, 자작나무 숲, 시골 정원에서 지지대를 타고 올라가는 콩 줄기 등을 그리는 건 옥슨버리에게 너무 즐거운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할머니 집으로 가는 길을 묘사한 “햇빛 반짝이는 황금 들판과, 자작나무의 무성한 이파리들이 흔들흔들 그늘을 드리우는 숲도 지나야 했어요. 따뜻하고 환한 숲속 공터에는 도금양나무의 달콤한 냄새가 풍겼어요. 서풍은 부드럽게 나무 사이로 불어왔고요” 하는 이런 문장들은 풍경들을 저절로 머릿속에 그려지게 만든다. 또 이런 포터의 묘사를 옥슨버리가 부드럽고 따뜻한 색감으로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낯선 사람을 경계해야 한다는 교훈을 넘어
확대된 시각으로 생각할 지점을 주는 이야기
이 책을 번역한 동화 작가 겸 문학평론가 김서정 씨는 옮긴이의 말에서 언급했듯이 포터는 산업화 시대에 터전을 잃고 굶주린 늑대에게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제목도 빨간 모자가 아니라 『빨간 모자와 늑대』가 되었다.
포터의 시선으로 바라본 늑대의 모습은 어떨까? 빨간 모자가 할머니 집에 가기 위해 지나가는 길에는 나무꾼들이 흥겹게 노래 부르면서 나무를 벤다. 이 소리를 들은 늑대는 무서워서 숲을 지나 집으로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거기에 늑대는 삼 일 동안 굶어 비쩍 마른 모습으로 묘사된다. 늑대는 두려움의 존재라기보다 지질하게 느껴지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