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의 디지털화, 그 복잡하고 불가능한 요구를 실현하려는 야심찬 프로젝트
이 책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것처럼 보이는 비트코인이 지금까지 이어져온 일련의 실험적 통화 프로젝트 중 대중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대표적 사례일 뿐이며, 이러한 암호 화폐들은 197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제법 긴 역사를 갖고 있다고 밝힌다. 암호 화폐를 부동산이나 주식처럼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만 바라보는 세간의 시각을 잠시 걷어낸다면, 우리는 훨씬 넓은 ‘돈의 역사’라는 맥락에서 근본적인 ‘돈’의 가치를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어떻게 특정 통화는 가치를 갖는가. 어떻게 그것은 사람들 사이에서 결제되고 상환되는 등 통용될 수 있는가. 핀 브런턴은 이 가치는 강력하면서도 추상적인 믿음, 즉 미래에도 이 가치가 유지될 거라는 믿음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지폐는 물론이고 은행권, 신용장, 여행자수표가 돈과 동일한 가치를 갖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디지털 화폐의 창조는 곧 디지털 데이터를 가치 있게 만드는 도전 과제다. 그것은 더 간단히 말하면 컴퓨터 네트워크상에서 거래하고 검증할 수 있는 물건을 만드는 작업이다. 그러나 그 작업은 말처럼 간단치는 않다. 보이는 그대로임을 입증하기는 쉽지만 위조나 복제는 불가능해야 하고, 어떻게 또는 누가 사용하는지에 관한 정보는 생성하지 않으면서도 그것이 무엇이며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는지의 정보는 전달할 수 있는 데이터를 만들어야 한다. 가히 역설적이고 불가능해 보이는 요구다. 게다가 비용을 들이지 않고 말이다. 즉시, 완벽하게 복제할 수 있도록 설계·구축된 기술들의 맥락에서 이 모든 특성을 갖춰야 한다.
블록체인, 비대칭키, 해싱 등 꼭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암호 화폐의 핵심 기술
2~4장은 비트코인의 출현 전야, 즉 사람들 간에 진짜로 거래되는 암호 화폐가 탄생하게 된 배경 또는 전제조건이 되는 기술들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질문과 실험을 거쳐 개발되고 진화했는지에 관한 역사다. 핀 브런턴은 데이비드 차움·애덤 백·할 피니·웨이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