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을 준다고 해서
모두 날 사랑하게 되는 건 아니야
이른 아침부터 연못에서 놀던 무민은 작은 용을 한 마리 잡았어요. 세상에서 사라졌다고 알려진 용 말이에요. 그렇지만 한 마리쯤은 남아 있었나 봐요. 크기는 성냥갑만 하고, 레몬처럼 노란 두 눈에 초록빛 머리, 여섯 개 달린 발에 날개까지 있는 진짜 용이었답니다. 게다가 물속에서 헤엄을 얼마나 잘 치는지! 무민은 용의 아름답고 환상적인 모습에 흠뻑 빠져들고 말았어요.
무민은 가족들에게 용을 잡은 걸 비밀로 하고 싶었어요. 며칠 동안 이 비밀을 간직하다가 짠! 하고 보여 주면 얼마나 재미있겠어요. 그리고 앞으로 이 멋진 용과 함께 잠들고, 바다에서 헤엄도 치며 놀게 될 날을 꿈꾸었어요. 그렇지만 이 꿈은 모두 금세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답니다. 무민의 뜻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무민이 가족들 몰래 집에 들어서려는데 그 순간 미이에게 들켜 버리고 말았어요. 결국 식사 시간에 가족들에게 비밀을 털어놓아야만 했지요. 결국 가족들에게도 용을 보여 주었고요.
게다가 용은 무민을 처음 봤을 때부터 이빨을 드러내며 화를 냈어요. 무민의 손에 잡힌 게 분해서였을까요? 아니면 무민이 귀찮게 굴어서 싫었을까요? 다정한 친구가 되어 어디든 함께 다니고 싶은 무민의 마음은 몰라주고, 용은 스너프킨만 졸졸 따라다녀요. 무민한테는 불이나 내뿜고 이빨로 깨물면서 거들떠보지도 않으면서 말이지요. 스너프킨만 좋아하고 따르는 용 때문에 스너프킨도 곤란해졌답니다. 사실 스너프킨도 용이 싫지만은 않아요. 앞으로 용과 함께한다면 아마 재미있는 일이 많이 일어나겠지요. 그렇지만 자신을 좋아해 주지 않는 용 때문에 마음이 상한 무민은 어쩌죠?
진짜 우정은 상대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에서 시작돼
‘무민 골짜기 이야기’ 시리즈의 다섯 번째 이야기, 『무민과 세상의 마지막 용』은 토베 얀손의 무민 연작소설 가운데에서도 단편 아홉 편을 엮은 작품 『보이지 않는 아이』의 「세상에 남은 마지막 용」을 바탕으로 새롭게 꾸민 무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