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지만 새롭고, 엉뚱하면서도 진지한 도깨비 이야기
서양의 옛이야기가 난쟁이와 거인, 요정, 늑대인간 등 갖가지 신비한 존재들을 자랑한다면 우리에게는 도깨비가 있다. 장난 좋아하고, 춤추고 노는 데 일가견이 있고, 어수룩하면서도 의리를 지킬 줄 아는 도깨비. 도깨비는 특유의 어린아이 같은 속성 때문에 어린이문학에 단골로 등장하기도 한다. 문제는 도깨비 이야기가 되풀이되면서 더 이상 새롭지 않다고 느껴진다는 것이다. 가끔은 도깨비 캐릭터에 기댄 뻔하고 심심한 이야기에 지칠 때도 있다. 이제 더 이상 새로운 도깨비 이야기는 불가능한 걸까?
오은영의 동화 『원래 안 그래』는 이런 회의 어린 시선에 단호하게 이의를 제기한다. 도깨비 이야기가 원래 낡은 것이라고? 원래 안 그래! 주인공 엉뚱깨비는 이름 그대로 아주 엉뚱한 도깨비다. 도깨비가 엉뚱하다는 거야 특별한 일도 아니다. 엉뚱하기로 들자면 아버지인 김서방도깨비도, 우두머리 괴수도깨비도, 나머지 도깨비들도 만만치 않으니까. 엉뚱깨비의 진짜 엉뚱함은 ‘원래 그렇다’라는 게으르고 무기력한 대답을 너무너무 지긋해한다는 데 있다. 세상에는 원래 그런 일이 얼마나 많은가. 봄이면 꽃이 피고, 씨앗을 심으면 싹이 트고, 어린아이는 매일매일 자란다. 원래 그런 것이다. 우리는 당연한 자연현상이나 오래 전해 내려온 전통과 습관, 어른들의 권위를 설명하기 귀찮을 때 이렇게 말한다. “원래 그래.” 그리고 그 뒤에는 아마 이런 말이 숨겨져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잔말 말아.”
엉뚱깨비가 김서방도깨비의 ‘원래 그래’에 발끈하는 까닭은 단순한 반항심 때문이 아니다. 그런 게으른 대답을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건 말하자면,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 같은 것이다. 의문을 제기하고 근본부터 다시 생각해 보는 일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태도 말이다. 그래서 엉뚱깨비가 뚝딱영감네 집에 찾아온 윤지와 윤지 엄마를 보고, ‘원래 안 그래’를 입에 달고 있는 윤지 엄마한테 홀딱 반하는 것은 당연하다. 곤란한 점은 엉뚱깨비가 거기에서 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