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감님 얼굴 좀 보세요! 심술인지 장난끼인지...
익살스런 얼굴로 가득 찬 표지를 넘기니,
쿵딱 쿵딱 쿵쿵딱 쿵딱! 풍물소리 화면에 가득합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둘레둘레 모였는데,
마당 한가운데 영감 탈이 떡 버텨서 있고
둘레에 토끼 탈들이 들썩이고 있어요.
영감과 토끼들의 이야기가 탈놀이로 펼쳐지려는 모양입니다.
어떤 이야기일까요? 책장을 넘기면, 얼씨구! 놀이가 시작됩니다.
영감과 토끼들이 펼치는 티격태격 꾀 다툼
옛날에 한 영감이 뒷산자락을 일구어 녹두를 잔뜩 심었습니다. 그런데 토끼들이 날마다 와서 녹두를 따 먹습니다. 싹 따 먹고, 잎 따 먹고, 열매 따 먹고... 영감이 달려와 소리칩니다. “아이고, 이놈들! 내 녹두 따 먹지 마래이~!” 토끼들이 우르르 달아나지만 그때뿐. 영감이 돌아서면 또 다시 몰려와, 따 먹고 또 따 먹고 또 따 먹고...
영감이 꾀를 냅니다. 온몸 구석구석 갖가지 과일을 찡구고는 녹두밭 가에 죽은 척 벌렁 드러눕지요. 과연, 토끼들이 살살 와서 진짜 죽은 줄 알고 떠들어 댑니다. “아이고, 영감이 녹두 심어 먹여 주더니 우리더러 장사 지내 달라고 여기 와서 죽었구나!” “음지 토끼, 양지 토끼, 자갈 치우고 질경이 뜯어라. 불쌍한 녹두영감 초상 치러 주자!”
칡넝쿨로 염을 해서 둘러 이고 영감을 묻어 주러 갑니다. “가는구나 가는구나 녹두영감 가는구나 북망산천 멀다더니 녹두밭이 북망일세~” 상엿소리도 제법 구성집니다. 바로 그때, “요놈들!” 영감이 벌떡 일어나 달려드니 “아이쿠, 영감 살아났다!” “상엿소리 다 취소다!” 토끼들 우르르 달아나지만, 처진 녀석 하나 영감 손에 꼭 잡히지요.
“뜨거운 맛 좀 봐라.” 영감이 토끼를 삶으려고 부뚜막으로 데려가 가마솥에 집어넣고 불을 붙이려는데, 이런! 부싯돌이 없네요. ‘옆집에서 빌려와야겠다.’영감이 자리를 비운 사이, 달아났던 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