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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우리는 안녕 : 박준 시 그림책 (양장
저자 박준
출판사 주식회사 난다
출판일 2021-03-20
정가 16,500원
ISBN 9791188862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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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우리는 안녕

박준

벽 앞에서 우리는 눈앞이 캄캄해지지.
벽은 넘지 못하고 눈만 감을 때가 있어.
힘을 들일수록 힘이 빠지는 순간이 있고,
힘을 내도 힘이 나지 않는 날들이 있지.
한 번도 보지 못한 네가 보고 싶어.

안녕?
안녕, 안녕은 처음 하는 말이야.
안녕, 안녕은 처음 아는 말이야.
안녕은 마음으로 주고 마음으로 받는 말이야.
그래서 마르지 않아.

안녕은 같이 앉아 있는 거야.
안녕은 노래야.
안녕은 가리어지지 않는 빛이야.
안녕은 부스러기야.
안녕은 혼자를 뛰어넘는 말이야.
안녕은 등 뒤에서 안아주는 말이야.
안녕은 눈을 뜨는 일이야.
안녕은 어제를 묻고 오늘 환해지는 일이지.
안녕은 밥을 나누어 먹는 거야.
그러다 조금 바닥에 흘리고는 씨익 웃는 거야.

안녕은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일이고,
셈하지 않고 들어주는 일이지.
그게 무엇이든.

안녕은 차곡차곡 모으는 마음이야.
마음을 딛고, 우리는.
안녕, 안녕.

한번 눈으로 본 것들은 언제라도 다시 그려낼 수 있어.
그리고 그리고 또 그리는 것을 그리움이라고 하는 거야.

안녕, 다시 안녕이라는 말은 서로를 놓아주는 일이야.
안녕, 다시 안녕이라는 말은 뒷모습을 지켜봐주는 일이야.
안녕, 안녕.

안녕, 안녕은 말하고 싶을 때 말하고
안녕, 안녕은 말하기 싫을 때에도 해야 하는 말이야.

안녕.



작가의 말

볼 수 없지만 그릴 수 있다는 듯이

아빠는 할머니를 모릅니다. 아빠가 다섯 살이 되던 해 할머니는 세상을 떠났으니까요. 아빠에게 남은 다섯 살 때의 기억은 자신을 가여워하며 눈물짓던 동네 사람들의 모습이 전부입니다. 긴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아빠는 먼 친척 집에 갔다가 오래된 사진 한 장을 구해옵니다. 일가친척들이 모두 나온 사진, 그 속에는 생전 할머니의 얼굴이 손톱만한 작은 크기로 찍혀 있었습니다. 아빠는 사진을 빌려와 확대하고 또 확대했고 그 끝에 결국 할머니의 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