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상세보기

도서명 편의점 - 고래뱃속 창작동화 2
저자 이영아
출판사 고래뱃속(아지북스
출판일 2020-08-03
정가 10,000원
ISBN 9791190747059
수량
아빠가 쉬는 날이 싫다

1년 전 공사장에서 사고를 당해 다리를 절뚝거리는 범수의 아빠는 쉬는 날이면 하루 종일 술을 먹고, 범수를 때린다. 일 나가느라 바쁜 엄마는 그 사실을 모른다. 그렇지만 범수는 엄마에게 그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

‘나만 견디면 우리 집은 아무렇지도 않는 거야. 내 머릿속이 속삭였다.’
(_p37 중에서

범수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가정 내 아동학대의 심각성에 대해 말한다. 1년 전까지 자상했던 아빠였기에, 범수는 아직도 아빠의 변한 모습에 당황스럽고, 예전의 아빠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를 갖고 있다. 그리고 그런 아빠를 다독이며 일하는, 바쁜 엄마에게 더 많은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다. 그래서 기댈 곳 없는 아이가 할 수 있는 건, 기껏 아빠가 쉬는 날이면 집에 가지 않고 하염없이 동네를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이렇듯 가정 내 폭력적 상황에 놓인 아이들은 그 사실을 드러내는 게 어렵다. 그래서 더 많은 상처를 입게 되고, 가출 등 다른 위험에 더 쉽게 빠질 수도 있다. 그런 자신의 힘겨운 모습을 범수는 편의점 주변을 서성이는 찬혁에게서 발견한다.

돌봐 줄 어른이 없는 아이

먹을 것을 기다리며 매일같이 편의점 주변을 서성이는 아이. 편의점 밖 테이블에 사람들이 먹다 남긴 음식물이 있으면 재빠르게 다가가 음식을 먹는다. 이 사실을 아는 건 아마도 창문으로 몰래 쳐다보고 있는 범수밖에 없는 것 같다.

‘녀석은 할머니와 둘이 산다고 했다. 할머니가 일하다가 허리를 삐끗하는 바람에 병원에 입원했는데 이제 괜찮다고 했다.’(_p52 중에서

때리는 것만이 폭력이 아니다. 무시하는 것, 외면하는 것도 폭력이다. 그리고 어른에게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방치된 찬혁이도 폭력적인 상황에 있다. 찬혁이가 범수의 아픔을 공감하고 계단을 뛰어 올라갈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자신 역시 비슷한 폭력을 겪고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 아닐까?

어른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폭력에 상처받는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