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정지’되어 ‘바람에 닿’은 ‘달의 방’
『달의 방』에 수록된 다섯 작품의 주인공들은 저마다 다른 상황에 처해 있지만, 모두 누군가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때때로 사라지고 싶은 순간을 느끼며 살아간다. 「일시 정지」의 주인공 다연은 그럴 때마다 아예 시간이 멈춘 듯 세상이 ‘일시 정지’된다. “다연은 열다섯 살 이후부터 때때로 시간이 멈추는 듯한 일을 겪었다. 싹둑 잘려 나간 듯이 지나가 버린 짧은 시간 동안의 일은 기억나지 않았다.”(본문 13쪽 왜 다연의 어떤 순간은 일시 정지될 수밖에 없을까. 다연과 상관없이 세상의 시간은 흘러가는데, 왜 다연은 멈춰 있을 수밖에 없을까. 다연이 느끼는 감정의 결을 따라 읽다 보면 열다섯 살 이후 일시 정지될 수밖에 없었던 다연의 순간들을 오롯이 느끼며, 앞으로 그의 삶이 일시 정지되기 않기를, 유유히 흘러가기를 응원할 수밖에 없게 된다.
세상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는 건 「바람에 닿다」의 재아도 마찬가지다.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 따라간 제주도 가족여행이지만, 고3인 자신이 이런 곳에 와 있어도 되는 건지, 나만 뒤처지는 건 아닌지 늘 불안하다. 그 불안함은 바람결을 타고 흘러가 나오가 매달아 둔 리본에 가 닿고, 이 둘의 만남은 서로에게 각기 다른 응원으로 삶에 남는다.
「달의 방」의 정은 역시 늘 사라짐을 생각한다.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만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 세상으로부터 밀려나다가 먼지보다 못한 존재가 되어 사라져 버리는……. 또다시 발바닥이 간질간질해졌다.”(본문 48쪽 달이 사라지는 개기월식을 마주친 정은은 무언가에 애틋함을 느낀다. 그리고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환상적인 일을 경험하게 된다. 달이 사라지던 그날 밤, 정은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늘 현실에서 달아나고 싶은, 사라지고 싶은 우리 청소년들이 일상이 정지되는 순간이나 달이 사라지는 순간에 오히려 자신을 더 잘 들여다볼 수 있는 건, 어쩌면 그들에게 진짜 필요한 순간은 잠시 멈춰 차분히 생각해 볼 시간이라는 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