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최후, 인류의 마지막 순간을
상상해본 적이 있나요?
COVID-19와 함께하는 2020년 한 해를 보내며, 우리는 종말 서사가 현실로 다가오는 것 같은 감각에 익숙해졌다. 이런저런 음모론도 성행하는 와중이니, 누구든 한 번쯤은 인류의 마지막 순간을 상상해봤을 것이다. 외계 침공? 좀비? 소행성 충돌? 아, 결국 인류는 바이러스와 함께 소멸하려나…?
전 세계를 바이러스가 휩쓸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일상을 맞이하기 몇 년 전,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이던 신서경은 길을 가다 낯선 이에게 붙잡혔다. 그 사람이 말을 건 목적이 “참 복이 많으시네요.”인지 “모델하우스 구경하고 가요.”인지 알지 못한 채, 신서경은 질문 하나를 받았다. 이런 질문이었다.
“지구가 멸망한다면, 당신은 무엇을 하고 싶은가요?”
이런 맥락 없는 질문을 받은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 신서경의 머릿속에는 순식간에 맥락을 갖춘 여러 갈래의 이야기가 흘러 지나갔다. ‘만약에 이것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고 내가 주인공이라면? 이런 식으로 전개되겠지?’
사실 ‘나’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히어로가 될 재목이었고, 멸망을 맞이하여 나는 각성해서 지구와 우주를 구하기 위해 쫄쫄이를 입는다.
만약에 블록버스터까지는 아니고 그냥 평범한 드라마 장르라면, 히어로물과는 좀 다른 문법으로 진행되겠지.
나는 평범한 연구원/회사원/아르바이트생이다. 하지만 나는 멸망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단서를 발견해, 지구를 마지막 순간에서 구출할 것이다.
하지만 그 자리에 선 신서경은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아니라 그냥 소시민일 뿐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솔직한 답변을 내놓았다.
“저는 맛있는 밥을 먹고 싶어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그 사건은 그렇게 끝났다. 하지만 이미 이야기했다시피, 그녀는 평범한 소시민은 아니었고 무려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이었기 때문에… 일상적인 에피소드로 지나갈 수도 있었던 이 소재는 하나의 이야기로 발전했다. 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