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문화인류학계의 대표적 학자, 기어츠의 두 번째 번역서
이 책의 저자인 클리퍼드 기어츠는 20세기 중반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문화인류학자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열다섯 편의 논문을 모은 저서 『문화의 해석』은 발표된 후 인류학뿐만 아니라 사회학, 철학, 역사학, 교육학, 심지어 지리학에 이르기까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상징인류학 또는 해석인류학이라 불리는 그의 이론은 문화를 상징과 의미의 체계로 보고, 어떤 행위의 다양한 의미를 그 행위가 일어난 맥락을 ‘두텁게 기술thick description’함으로써 밝혀내고자 한다. 그래야만 그 문화를 진정으로 이해하게 되어 인간들 간의 의사소통의 세계가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주로 종교, 상징, 의미 해석에 관심을 두었던 기어츠의 주된 연구 경향을 보았을 때 『농업의 내향적 정교화』는 독특한 위치에 있는 책이다. 이 책에서 그는 농업, 환경, 경제 발전을 주제로 삼아 경험적 자료에 기초하여 인과관계를 규명하고자 한다. 인도네시아는 그가 행한 세 번의 장기 현지조사 중 첫 번째 현지조사를 진행한 지역으로, 기어츠는 이곳에서의 연구 결과를 가지고 총 네 권의 책을 펴내었다. 또 인도네시아에 대한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문화의 해석』에 실린 논문들을 집필하였다.
현재 동남아시아 연구 저작들 중 영향력 있는 저서의 하나로 손꼽히는 『농업의 내향적 정교화』는 인도네시아 연구서로서뿐만 아니라 문화를 이해하는 데 매우 유용한 개념인 ‘involution’을 문화를 분석하는 데 처음으로 적용했다는 면에서 학술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 책이다.
‘involution’의 개념
이 책의 원제이며 기어츠 주장의 핵심인 ‘involution’은 원래 알렉산더 골든와이저가 처음 주창한 개념이다. 기어츠는 이 책에서 이를 “기존에 확립된 형태가 과도하게 이용되면서 세부요소의 내향적인 정교화를 거쳐 고정된 상태”를 지시하는 개념으로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