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럿이라도, 혼자라도 다 괜찮아
새 출발을 앞둔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다정한 응원
파란모자는 작가가 싹이 난 감자에서 영감을 받아 창조해낸 캐릭터다. 확실히 싹이 난 감자는 푸르뎅뎅하고 못생겼다. 게다가 감자 싹에는 독이 있다고 하니 꺼림칙할 만도 하다. 파란모자로서는 어차피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할 바에야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가둔 셈이다. 그런데 덩치가 커지면서 그토록 두려워하던 일이 발생하고 만다. 본의 아니게 끔찍한 모습을 노출하고 말았으니 이제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런데 놀랍게도, 정말 놀랍게도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어리둥절한 파란모자에게 누군가 이렇게 물었을 뿐. “파란모자, 괜찮아?”
파란모자의 두려움과 불안에 근거가 없었던 것은 아니며, 파란모자가 모자 속 모습을 드러내었을 때 사람들은 약간 놀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새로 장만한 조그만 모자를 쓴 파란모자는 더 이상 쿵쿵 부딪치거나 비틀거리지 않으니 피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그동안 파란모자를 커다란 모자 속 작은 세상 안에 가둬둔 것은 무엇이었을까? 파란 모자는 필요 이상으로 소심하고 겁이 많았던 걸까? 『파란모자』는 이른바 ‘아싸(아웃사이더’의 고통에 대한 이야기이자 새로운 환경을 만날 때마다 잔뜩 겁을 먹고 움츠러드는 우리 모두의 보편적인 걱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애초에 이유가 무엇이었든 꽁꽁 싸맨 껍데기가 터져 나간 뒤 맞게 된 자유와 안정은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부딪쳐보라는 응원일지도 모르겠다.
덧붙여, 『파란모자』는 또 하나 중요한 사실도 잊지 않는다. 파란모자가 모자 속 세상에 머물러 있는 동안에도 나름 자족적이고 풍요로운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다는 것. 발아래 풍경은 좁은 시야 안에서나마 파란모자를 위로해주고, 깊은 숲속에서 모자를 벗어던지고 느끼는 바람과 풀냄새는 너무나 생생하고 아름다웠으니 파란모자가 모자 속에서 어둡고 불행한 삶을 살았다고 볼 이유는 없다. 삶에는 정답이 없고, 자기 깜냥대로 만족하며 살아가면 그뿐이다. 이제 파란모자는 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