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이 많다고 왜 부끄러워해야 하지?
초등학생 하리가 부딪친 나의 몸, 여성의 몸에 대한 고민
다양한 시선 속에 찾은 하리의 해답은 무엇일까?
<털이 뭐길래!>는 초등학생 박하리가 ‘털’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는 이야기예요. ‘털’이라는 소재 자체가 주는 재미도 있지만, 자신에게 닥친 고민을 솔직하고 적극적으로 풀어가는 하리의 동선이 마치 사이다를 마신 듯, 시원한 통쾌함을 선사합니다. 이진하 작가의 유쾌한 문장과 신동근 작가의 개성 있는 그림이 만나 씩씩하고 멋진 초등학생 박하리의 이야기가 완성되었지요. 이 책을 읽고 나서 한번 생각해 봐 주세요. 주인공 박하리가 남자아이였다면, 과연 어떤 이야기가 펼쳐졌을까요?
나도 모르게 여성으로 키워지는 순간
만약 박하리가 초등학교 남자아이였다면, 이야기의 흐름은 달라졌을 거예요. 털이 많아 고민인 사람은 많지만, “여자애들 중에 나처럼 털 많은 애는 하나도 없어!”라며 울분을 토하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아직도 우리는 많은 순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남자니까’, ‘여자니까’라는 고정관념에 얽매여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리의 주변도 그랬지요. 엄마는 “여자 아이가 무슨 축구냐.”며 하리가 축구하는 걸 반대했고, 하리에게 “다리털 좀 봐! 남자야, 남자!”라며 하리에게 커다란 고민을 던진 같은 반 친구 구지범은 전형적인 성고정관념을 표현했지요. 친구 은채의 엄마도 “아무리 그래도 여자애가 맨발로 가면 안 되지.”라며 예쁜 레이스 양말을 건넸습니다. 하리는 레이스가 발목에 닿아 까칠했어요. 하지만 나에게 맞지 않는 것이라도 ‘여자니까’에 자신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털과의 전면전, 그리고 털이 뭐라고
하리는 털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털을 없애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요. 엄마와 아빠는 그런 하리에게 “나중에 레이저 제모를 하면 된다.” 정도로 반응하지요. 하지만 그걸로 위안이 되진 않아요. 지금 당장! 털을 없애야 했으니까요. 하리는 검색의 검색을 거듭하며 심지어 ‘제모의 역사’까지 뒤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