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라는 말이 있다.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엉뚱한 곳에 가서 화풀이한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누구나 억울한 일을 당하면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아서, 자신의 감정을 엉뚱한 사람에게 쏟아 놓는 경우가 종종 생기곤 한다. 그리고 그 화풀이의 대상은 대부분 자신의 가까운 사람이거나 자신보다 약자일 경우가 많다. 하지만 누구도 자신의 다친 감정을 폭력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쏟아 놓을 권리는 없다. 특히 힘을 가진 사람이라고 해서 약자에게, 어른이라고 해서 어린이에게 자신의 감정을 쏟아 놓는 것만큼 최악의 폭력은 없다. <나한테 인사하지 마!>는 누구나 쉽게 범할 수 있는 자기 감정의 폭력을 조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또한, 상처 입은 감정은 사랑과 위로로 치유될 수 있으며, 사랑받고 위로받은 사람만이 타인을 사랑하고 위로할 수 있다는, 우리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성정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동동이가 친구들에게 화를 내는 장면은 각 동물의 특징을 잘 보여 주는 익살스러움을 담고 있어, 작가의 세심한 관찰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간결한 선과 대범한 크기의 그림 배치, 과감한 부분 생략은 이야기를 극적으로 끌고 가는 힘을 더해 주고 또한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