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륭제의 문화 프로젝트, 다양한 군주의 초상화
건륭제는 다양한 민족을 회유하기 위해 문화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조판처에 속한 장인과 예수회 선교사로 하여금 황제의 초상화와 전쟁기록화를 그리게 하고, 장춘원에 조성한 유럽식 궁전 서양루의 건설에 참여하게 했다.
책에는 여러 민족의 모습으로 코스프레 한 건륭제의 초상화를 볼 수 있다. 잘 알려진 그림으로 <시일시이도>가 있는데 명나라 시대의 그림인 <인물人物>을 모방했다. 그림에는 송나라 문인 대신 건륭제가, 그 문인의 초상화 대신 건륭제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다. 종이와 붓을 들고, 골동품에 둘러싸인 건륭제는 자신이 한족 문인들과 마찬가지로 고상한 품격을 지닌 통치자로 보이고 싶어 했다.
그림 <건륭문수보살상>에는 1755년에 중가르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해 문수보살로 그려진 건륭제의 초상화를 볼 수 있다. 이 그림에서 건륭제는 중앙에 티베트와 몽골 그리고 동아시아에서 지혜의 보살로 여겨지는 문수보살의 모습으로 재현된다. 건륭제는 티베트인과 몽고인에게 그들이 숭배하는 문수보살이자 보편제국을 다스리는 전륜성왕이 되고자 했다. 저자는 옹정제와 강희제가 여러 민족으로 코스프레 한 초상화를 보여주면서, 제국의 보편군주로 인정받고 싶어 한 황제의 마음을 읽어 내려간다.
▶ 지식은 곧 권력, 민족지와 박물지, 지도의 출연
청나라 황제들은 제국의 경계를 확정하고 여러 민족의 정보를 수집해 통치자의 권력을 유지하고자 했다. 이러한 취지에서 민족지와 박물지, 지도를 제작했다.
현재 중국의 경계 구획은 강희제와 옹정제 그리고 건륭제가 통치했던 130여 년간에 일어난 일이다. 『황여전람도』는 강희제의 명에 의해 청나라의 영토를 조사하여 제국을 시각으로 재현한 지도다.『묘만도』는 중국 서남부 지역에 거주하는 소수 민족의 생활상을 그린 그림과 이를 설명하는 글로 구성된 민족지다. 초판은 옹정제 치세 후반에서 건륭제 치세 초반 중국 변방을 다스리던 관리들에 의해 제작되었다.『황청직공도』는 건륭제의 명에 의해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