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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절박한 삶 : 탈북 여성 다섯 명이 말하는 도망쳐온 생, 다시 꾸려가는 생
저자 전주람 외공저
출판사 (주글항아리
출판일 2021-01-18
정가 19,000원
ISBN 9788967358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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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탈북 여성들을 만나기 전

1장 반듯하게 걷는 여인: “운 좋게 남편과 딸내미 두 명 가족 모두 탈북했습네다”
―이수린 | 56세 여성 | 중국 경유

2장 돈 안 주고 산 별장에서 즐겁습네다: “고통스런 세월 지나니 지금은 살 만합니다예”
―백장원 | 58세 여성 | 탈북 중 2회 북송, 구류

3장 꺾이면 꺾일지언정 굽어들지 않는다: “북한 여군 출신입니다”
―원민형 | 42세 여성 | 중국 경유

4장 피나는 노력이 있기 때문에 무대가 있어요: “북한 있는 아들 쌀밥 먹이려고 부서져라 일했지”
―마현미 | 50세 여성

5장 딸이라는 에너지: “여동생과 그 집 딸 세 명 빼왔씨요”
―김미숙 | 50세 여성 | 중국과 캄보디아 경유

연구노트
맺음말
오징어를 머리에 이고 두만강을 건너다

“그 당시 장마철이라 강이 불어서 그런 상태에서 발을 헛디뎠단 말이에요. 그다음에는 물을 꼴딱꼴딱 먹거나 넘어지면 죽어요. 옷은 머리 위에 이고, 오징어, 마른오징어 머리에 이고. 내가 오징어를 좋아하거든요. 중국에 나가면 오징어가 비싸다는 생각에 내가 오징어를 달라고 했지.”(이수린

이수린씨는 1998년에 중국으로 건너가 2004년에 한국으로 들어왔다. 오징어를 이고 두만강을 건넌 이야기를 읽으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알 수 없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기어코 마른 오징어를 챙겨야만 했던 건 어리석음보다는 타고난 생활력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는 탈북 도중 발각되어 14개월 동안 구치소에 수감되었다. 환상과 환청을 겪을 만큼 혹독했던 시간을 버티게 해준 건 얼음을 팔아 쌀을 넣어준 자식들의 정성이었다.
백장원씨는 탈북 도중 딸과 생이별했다. 중국에서 공안에 잡혀 노동단련대에 들어가기도 했던 그는 남한에서 받은 신분증을 남달리 소중하게 여긴다. 그에게 있어 신분증은 자유와 안전의 상징인 것이다. 북한에서 여군으로 복무했던 원민형씨는 스물넷의 나이로 중국 국경을 넘었다. 그는 브로커 인신매매를 당해 현지에서 결혼했고, 이름을 바꿔가며 살다가 십수 년 만에 남한 땅을 밟았다.
각자 다른 경험과 경로를 거쳤지만, 이들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생사를 넘나들며 얻은 강인함이다. 나라는 존재가 먼저 있고서야 가족 등 타인을 도울 수 있다는 백장원씨, 내가 행복하지 않은 이상 세상의 행복함은 없다는 원민형씨, 내가 소중하기 때문에 가족도 있다고 말하는 마현미씨의 이야기는, 이들이 새 터전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자기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발견했다는 걸 보여준다. 이들에게 탈북의 경험은 체제든 가족이든 온전히 나를 위한 삶을 살지 못하게 했던 것들에서 벗어나 굳은 자아를 찾는 여정이었던 것이다.

참대처럼 굳세게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자기에 대해서, 내가 내 자신에 대해서 자존심이 없다면 누가 나를 좋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