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안전해야 할 집이 가장 위험한 곳이 되었다!
이 책은 처음부터 제목과 표지 그림에서 가정 폭력의 가해자인 새아빠를 (아이들에게는 ‘악’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늑대’로 대놓고 묘사한다. 그 이유는 엄마가 사랑에 빠져 같이 살게 된 남자가 늑대라는 사실을 딸은 처음부터 알았기 때문이다. 늑대는 엄마에게는 다정한 고양이 같았으나 딸에게는 차가운 눈빛과 날카로운 이빨을 숨기지 않았다. 그래서 엄마는 빠진 채 ‘시든’ 장미꽃을 사이에 두고 늑대(새아빠와 여자아이가 어색하게 마주 앉아 있는 표지 그림은 독자들의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하고, 어찌 보면 뻔할 것 같은 이야기의 결말을 궁금하게 만든다.
집은 사람들에게 가장 따뜻하고 편안하고 안전한 곳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 집은 가장 위험한 곳이 되어버렸다. 그 어떤 위험도 막아주어야 할 집에 무시무시한 ‘늑대’가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외부에서 잘 들여다보기 힘든 ‘집’ 안에서 늑대는 마음 놓고 폭력을 휘두른다. 여자아이의 눈에는 이런 가정 폭력의 가해자가 포악한 늑대와 다름없다.
환한 조명 아래에서 늑대가 고압적인 자세로 기가 죽은 여자아이를 노려보는 것이 금방이라도 큰일이 벌어질 듯 위태로워 보인다.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어디에도 구원을 요청할 수 없는 그저 힘없고 어린 여자아이가 포악한 늑대에게 잡아먹히지는 않을까? 여자아이는 과연 늑대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따뜻한 파스텔톤 그림으로 묘사한 냉혹한 진실
가정 폭력이라는 무섭고 어두운 이야기와 대조적으로 부드럽고 둥근 선으로 표현한 그림은 따뜻한 색감이 더해져, 겉으로는 독자들에게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그러나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늑대의 그림자가 엄마와 딸을 뒤덮거나 소녀를 고립시키기도 하고, 소녀의 무표정하거나 우울한 표정과 시선이 그림 전체에 극적인 효과를 주어 무거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따뜻한 파스텔톤 그림 속에 숨겨진 냉혹한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은 이 책을 읽는 이들을 더욱 몰입하게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