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푸르게 물들이는 ‘걸어가는 늑대들’의 발걸음
<걸어가는 늑대들_ 회색 도시를 지나>는 일상에서 잃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살아가는 회색 도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온통 무채색으로 가득한 도시, 뿌연 연기와 시계를 위시해 기계처럼 움직이는 사람들, 마음껏 호흡할 공기조차 허락되지 않을 듯한 회색 도시에서 사람들은 자기 말만 하기 바빠 귀가 퇴화된 줄도 모르고 살아간다. 숲과 바다의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들에게 삶은 매일매일이 똑같은 회색빛 일상의 반복이다.
하지만 작가는 거대한 변화의 물꼬는 한 줄기 빛을 향한 작은 열망이면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던 걸까. 회색 도시와 다른 세계의 경계 사이, 그 작은 구멍을 용기 내어 힘껏 밀어 올리는 순간, 쏟아지듯 모습을 드러낸 푸른 자연은 회색 도시에 비할 수 없는 광활하고 빛나는 세계였다. 작가는 숲의 푸르름, 바다의 찬란함, 빛의 투명함을 품고 누리며 닮아 가는 삶, 서로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보듬으며 오늘을 꿈꾸는 삶에 대한 소망을 ‘걸어가는 늑대들’의 여정에 담아 냈다.
늘 새로운 곳을 찾아 걷는 늑대들의 발걸음은 조급하지도 느슨하지도 않다. ‘걸어가는 늑대들’의 발걸음은 작가의 보폭과 같고, 늑대들의 어투는 작가의 화법과 유사하다. 작가의 작품 활동이 계속되는 한, 도움이 필요한 어딘가를 찾아 떠나는 늑대들의 걸음도 계속될 것이다.
‘걸어가는 늑대들’과 함께 세상을 거니는 행복한 작가, 전이수
전이수 작가는 행복하다. 문을 열고 나가면 푸른 바다와 시원한 바람이 반겨 주니 좋고, 그 자연의 보살핌 속에 하루하루를 재미난 생각들로 채울 수 있어 매일이 기대된다. 붓을 들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마음껏 표현하고 그 결과물로 세상에 마음을 전할 수 있으니 즐겁다. 뭐든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집이 있어서, 소중한 사람이 곁에 있어 힘이 난다. 두 손과 두 발이 아름다운 세상을 느낄 수 있어서, 시원한 소나기를 맞으며 마음껏 춤출 수 있어서, 힘겨워 하는 이에게 작은 어깨라도 빌려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