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의 소용돌이를 맞는 한 남자와 자연에 대한 이야기
작품은 썰렁한 땅에 덩그러니 세워진 집 한 채를 조명하며 시작한다. 그 집은 여자아이와 남자아이, 아버지가 함께 사는 집이다. 아버지는 매일 잔디밭의 새싹과 숲에서 날아오는 씨앗들을 정리하기 바쁘고, 자녀들은 그런 아버지를 바라보며 평화로운 시간을 보낸다. 책장을 한두 장 넘기면 이야기는 한 계절이 지난 어느 날의 모습으로 이어진다. 시간만 조금 흘렀을 뿐 날아온 씨앗과 새싹들을 정리하느라 바쁜 아버지의 일상은 변함이 없다. 또 몇 년의 세월이 흐른 뒤, 어린 자녀들은 청년이 되어 집을 떠나고 어느새 황혼에 접어든 아버지만 홀로 앉아 하늘에 진 붉은 노을만 멍하니 바라본다.
“《나무 속의 나무 집》은 시간과 변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시간과 변화는 내 작품들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주제이다.” - 테드 쿠저
테드 쿠저의 말처럼 이 책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아버지의 삶과 그의 집에 대한 이야기이다. 작가는 특별한 사건이나 반전 없이 작품 속 아버지의 삶을 담담하고 차분하게 풀어냈다. 또한 인물의 신상이나 처지를 설명하는 문장도, 인물끼리 나누는 대화도 찾아볼 수 없다. 이는 독자가 그 어떤 것에도 주의를 빼앗기지 않고 황혼을 맞이하는 아버지의 쓸쓸한 일상과 외로운 감정에 오롯이 마주하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었으리라.
이야기 속 아버지는 자신의 품을 떠난 자녀들을 그리워하다 결국 애지중지 가꾸어 오던 집을 내놓고 자녀들이 있는 도시로 이사를 간다. 아무도 살지 않아 폐허가 된 집. 그 집을 돌보는 것은 집의 벽면과 지붕에 붙어 자라던 나무들이었다. 이들은 무성하게 자란 가지를 뻗어 허름한 집을 땅 위로 들어올린다. 아버지의 삶이자 가족들의 세계였던 집이 주저앉거나 쓰러지지 않게 떠받치듯 말이다. 자연이 인간의 편의를 위해 훼손되고 통제받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삶을 회복시키고 지탱해 주는 존재임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이 장면은 지속적이고 영원하며, 강한 생명력을 가진 자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