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1부: 조선의 성상숭배와 성상파괴
1. 산 위의 성상들
종교 부재와 종교 과잉
한국종교의 ‘프로테스탄트적’ 경관
이미지의 고려 종교
신으로 섬기던 왕건상
천자가 보낸 도사
교황이자 카이저가 되고자 한 주원장
신들에게 가족은 있는가
표준화된 신들
신상에서 신주로
유생들의 성상파괴운동
승려가 파괴한 성모상
2. 이단의 신상
왕가의 불교 신앙
불상에 절할 수 없다
불교를 좋아한 양무제와 영락제
마르고 썩은 부처의 뼈
석가모니의 누런 얼굴
이적을 일으키는 불상
목이 잘린 불상
돌아앉은 불상
귀신 들린 불상
땀 흘리는 불상
신주와 불상
신주에 대한 성상파괴
피 흘리는 십자가상
3. 유교의 성상
청년 김종직과 성주 공자묘
공자의 사당과 부처의 궁전
떠돌이 공자가 황제가 되기까지
성령과 잡귀
소상의 문묘
신주의 문묘
중국 사신들이 본 조선의 공자상
100년 동안의 더러운 풍습
바라보기에 존엄한 공자상
가정제의 의례개혁
땅에 묻힌 공자상
2부: 무당과 유생
4. 유교의 무속 정복
유교화와 기독교화
종교개혁으로서의 조선 건국
기우제의 무당들
원혼을 달래는 국가의례
공식종교와 민속종교라는 두 개의 무대
한양에서 추방당한 무당들
대궐 안의 무당들
무당에 대한 처벌
5. ‘요사한’ 무당과 ‘영웅적’ 지방관
만들어진 무속전통
기자에서 단군으로
유교 경전 속의 무당
신령한 무당과 천한 무당
사악한 무당들
아전과 무당
서문표 모델
함유일의 패배와 안향의 승리
영웅적 지방관들의 시대
모욕당한 신의 복수
6. 신과 망자를 둘러싼 투쟁
민속종교의 무대에서의 유생들
귀신을 부리는 선비들
귀신을 퇴치하는 무사들
오금잠신과 삼척 성황신
신을 고발한 허균
지리산 성모와 김종직
꿈속에서 신과 만나는 선비들
조상의 신을 모실 자격
제사와 굿 사이
선비들의 임사체험
진짜 무당과 가짜 무당
맺음말
주
참고문헌
권위주의는 유교 탓, 기복주의는 무속 탓?
조선의 유교화 과정에서 벌어진 억압과 저항,
유교와 무속의 이중구조가 만들어진 배경을 탐구한다
건국과 함께 시작된 조선의 종교개혁과 성상파괴
흔히 한국의 제도종교는 ‘유교적’인 권위주의와 ‘무속적’인 기복주의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목사나 승려를 극진히 섬기는 가부장적 종교문화는 유교 탓이고, 수능시험이 치러지는 학교 앞에서 합격을 비는 모습은 무속의 영향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저자는 이런 시각에 대해 인과관계가 거꾸로 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오늘날 한국 종교문화의 모습은 전통의 잔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역사적 과정을 거쳐 한국 종교문화는 오늘날과 같은 모습을 갖게 됐을까?
이 책은 조선시대에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전개된 종교개혁의 역동적인 과정을 살펴본다. 조선은 유교를 통해 새로운 지배체제를 구축하고자 했다. 이 프로젝트는 조선이 건국되는 시점에서 시작돼 왕조가 멸망할 때까지 진행되었다. 저자는 정치, 사상, 사회, 문화 전 영역에서 이루어진 이 과정을 유교화라고 부른다.
유교화는 유럽의 기독교화에 대응되는 표현이다. 기독교화는 그리스도교를 거부하는 이단과 이교를 정복해나간 과정이다. 이교도 군주들을 개종시키고, 개인을 기독교화하기 위해 마녀사냥, 종교재판 등 폭력적인 과정이 오랫동안 진행되었다.
유교는 그리스도교처럼 개종이나 배타적인 소속을 강요하지 않았다. 유자를 자처하면서도 불교와 도교식 의례나 수행을 양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송나라의 신유교가 한반도에 들어오면서 상황은 달라진다. 유교가 국가의 제도와 의례 체계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신유교는 범위를 대폭 확장해 불교와 도교의 영역이던 수양론과 우주론까지 포괄했다. 이제 유자는 불교나 도교의 체계를 빌리지 않고도 수행을 통해 성인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게 되었다. 여말선초 유생들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정체성을 갖기 시작했다.
종교사의 관점에서 조선 건국은 신유교를 통한 유교화의 개시이기도 했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