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본 그의 그림은 무화과 동산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었다. 어린아이, 새, 개, 하늘이 어울려 무화과나무 사이에서 제멋대로 놀고 있다. 그는 무화과 농장에서 고단한 일상을 그림 속에서 행복한 시간으로 바꾸어 놓았다. 어쩌면 농장일이 힘들기는 하지만 답답한 도시보다는 여기가 낙원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자식을 위해 도시로 가는 사람들로 시골마을에 빈집은 늘어 가는데, 고향집으로 돌아온 화가는 여기가 낙원이라고 그림으로 이야기한다.
무화과는 위쪽지방에서는 낯선 과일이다. 처음 무화과를 맛 본 것은 남도 여행길에 민어 횟집에서 반찬으로 나온 무화과 조림이었다. 무엇인지 몰라 주인에게 물어보았다. 해남에서 작업하면서 처음 생 무화과를 먹었고 무화과나무를 보았다. 두툼하고 짙은 녹색으로 깊이 갈라진 무화과 잎은 햇빛을 잘 받은 건강한 색이다. 새로운 가지가 빨리 자라도록 가지를 친 회갈색을 띤 나무는 건강하고 다부진 체격의 뱃사람을 보는 것 같다. 그렇게 강하게 보이는 무화과 나무에 열린 과일은 연약하기 그지없다. 잘 익은 무화과는 홍시처럼 조금 세게 만지면 손가락이 쏙 들어가고, 쉽게 무른다. 그러나 잼으로 조림으로 다양하게 변신한다.
힘찬 먹선으로 그린 무화과 잎과 나무, 그 속에서 흥겹게 일하고 놀고 쉬는 사람들은 무화과처럼 쉽게 상처받는 사람이다. 익을수록 부드러워지는 껍질 속에는 전에 볼 수 없었던 무화과 꽃이 달고 향기롭게 차곡차곡 쌓인다. 저마다 향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무화과를 닮았다.
해남 땅, 화원반도, 짭쪼름한 바닷바람 쐰 득규네 무화과를 국제수묵비엔날레 기간 동안 원 없이 먹었다. 무화과 밭에서 방금 나온 듯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낙원의 맛을 가져왔다.
무화과 동산에서 득규가 그림 그리며 쭉 잘 살았으면 좋겠다. 백악기부터 공룡들과 살았던 무화과처럼 험한 세상, 고단한 일상에서 잘 진화하며 속이 꽉 찬 무화과를 닮았으면 좋겠다. 꽃이 꽉 찬 향기로운 득규네 무화과를 계속 먹고 싶다. 꿈꾸는 무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