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낮의 역사, 밤의 이야기가 된 조선의 괴물들
1장 괴물은 백성의 말을 먹고 자란다
삼천리강산을 누빈 괴물들
전쟁으로 쇠락한 지네 호텔: 오공원(충청도
할리우드 영화와 통하는 조선 괴물 이야기│지네와 두꺼비가 한판 대결을 벌이다│벌레를 각시로 부르는 해학│오공원은 어디에
천하의 전우치를 골린 여우: 흰 여우(전라도
여우는 많고 구미호는 드물다│20세기 대중문화가 키운 스타│고구려와 백제를 농락한 흰 여우│전우치와 흰 여우, 서로 속고 속이다
풍년과 흉년을 예언한 행운의 편지: 삼구일두귀(전라도
머리는 하나요 입은 셋이라│민심을 어지럽힌 일기예보│조선판 행운의 편지│조선 백성의 생활상을 담다
가뭄과 홍수보다 혹독한 농부의 적: 강철(경상도
조선을 대표하는 괴물│폭우를 내리거나 햇볕을 내리쬐거나│철을 먹는 조선판 키메라│“강철이 지나간 곳은 가을도 봄과 같다”
남해를 붉게 물들인 별: 천구성(경상도
하늘을 날아다니는 강아지│악한 괴물이 땅을 덮치다│붉은 바다의 공포│좋은 손님, 나쁜 손님, 이상한 손님│조선 천문학의 자존심│별이 된 기대승의 혼
고래기름보다 좋은 인어기름: 인어(강원도
우리 인어 이야기의 서늘한 맛│사람 같기도 짐승 같기도│진주 눈물을 흘리는 교인│강치는 비밀을 알고 있다
2장 상감마마를 지켜라
궁전을 뒤흔든 괴물들
왕건으로 이어지는 용의 계보: 용손(경기도
고려판 《오디세이아》│관세음보살을 닮은 용의 딸│힘을 합쳐 늙은 여우를 잡다│왕건의 할머니가 해적이라면
부처가 된 세조의 경고: 생사귀(전라도
조선을 뒤흔든 어느 군인의 꿈│〈인터스텔라〉를 뛰어넘는 4차원의 신비│저승사자는 무슨 옷을 입었을까│짐승이 지키고 공무원이 다스리는 저승│“임금이 장영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
성종의 관심을 끈 땅속 귀신: 지하지인(서울
조선 제일의 귀신 이야기│귀신도 총과 대포는 무서워│상반신은 없고 하반신은 있다│뼈만 남은 두 다리│폴터가이스트, 또는 가스 중독
중종을 떨게 한 연산군의 그림자: 수괴(서울
“삶의 현장에서 만나다”
백성을 웃고 울린 괴물들
이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되는데, 각각의 주제는 ‘백성과 괴물들’, ‘왕과 괴물들’, ‘외국에서 온 괴물들’이다. 수많은 백성이 조선 각지에서 괴물을 만났다. 이때의 만남은 단순한 목격이나 조우가 아니었다. 백성은 세상을 이해하고 예측하기 위해 괴물의 존재를 믿었고, 그 믿음이 강할수록 괴물은 백성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먹고사는 일을 놓고 가장 활발히 벌어졌다. 농업이나 어업과 관련된 괴물 이야기가 많이 전해지는 이유다. 하늘에서 내려와 밥을 많이 얻어먹은 대가로 일기를 예보해준 삼구일두귀, 가뭄과 홍수를 불러와 재앙으로 받아들여진 ‘강철(?鐵’, 바다를 붉게 물들여 물고기를 죽이는 ‘천구성(天狗星’, 양질의 기름을 짜낼 수 있어 좋은 돈벌이 수단이 된 ‘인어(人魚’ 등이 대표적이다.
흥미로운 점은 괴물들의 이야기가 매우 입체적이라는 것이다. 먹고사는 일에 더해 삶의 현장에서 겪고 느낀 것들이 괴물 이야기에 녹아 있다. 예를 들어 강철 이야기는 임진왜란으로 형성된 피폐한 정서가 깔려 있다. “강철이 지나간 곳은 가을도 봄과 같다”라는 속담은 아무리 공들인 일이라도 큰 재앙이 닥치면 별수 없다는 뜻으로, 전쟁이라는 파괴적 상황에 부닥친 백성의 허무함이 느껴진다.
이처럼 괴물 이야기는 백성의 처지에서 조선을 바라보게 한다. 옛사람들은 자신의 세상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그 실마리를 사람 아닌 존재, 즉 괴물이 품고 있는 것이다.
“궁궐의 담을 넘다”
임금의 마음을 어지럽힌 괴물들
임금이라고 괴물에게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성종은 영의정 정창손과 호조좌랑 이두의 집에 나타난 귀신 ‘지하지인(地下之人’의 처리를 놓고 신하들과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 외에도 《조선왕조실록》에는 인종이 눈을 감은 날 검은 기운인 ‘물괴야행(物怪夜行’이 서울을 휘감아 백성이 두려움에 떤 이야기, 일군의 인물이 도깨비를 동원해 사도세자를 암살하려다가 적발되어 영조의 분노를 산 이야기 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