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머니칼이 암소가 되기까지…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뒤덮인 겨울 아침,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길을 나선다. 어머니가 “아기에게 우유를 줄 수 있게 암소 한 마리만 있었으면”하고 바랐기 때문이다. 조만간 폭풍이 몰아닥칠 듯 춥고 험한 날씨다. 아버지는 어린 아들 사무엘에게 “엄마에게 드릴 갈색 눈의 암소를 찾으러”함께 가자고 권한다. 이렇게 아버지와 아들의 여정이 시작된다.
마치 우리네 평범한 아버지가 그렇듯 사무엘의 아버지는“날은 짧고 길은 멀단다!”를 반복할 뿐 별 말이 없다. 하지만 아버지가 이 춥고 먼 길에 아들과 함께 나선 데는 이유가 있다. 전통사회에서 어린이들은 앞선 세대의 어른들로부터 일상의 작은 일부터 삶의 지혜까지 모든 것을 보고 배웠다. 같은 이유로 아버지는 물물교환으로 거래를 하러 나선 길에 아들을 동행했다. 어른들 사이에서 거래가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아들에게 직접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야채부터 가전제품까지 모든 걸 클릭 한 번으로 살 수 있는 인터넷 상거래의 시대를 사는 어린이들에게는 신기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오랫동안 화폐대신 서로 원하는 물건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필요를 충당했다. 그 모습이 동화 속에 잘 담겨있다.
아버지는 이웃을 차례로 찾아다니며 주머니칼을 양철 등과 맞바꾸더니 다시 파란색 표지의 시집과 그리고 조랑말과 바꾼다. 이렇게 아버지는 물건이 필요한 마을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교환에 교환을 거듭하고, 눈덩이가 불어나듯 필요한 암소를 향해 천천히 나아간다. 과연 아버지와 아들은 눈보라를 뚫고 어머니가 원하는 암소를 구해 집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까?
★ 아버지와 아들의 돈독한 유대와 가족에 대한 사랑
《짧은 하루 머나먼 길》은 표면적으로 아버지가 아들을 물물교환에 데려 간 이야기다. 이 동화를 읽을 저학년 아이들도 처음에는 과연 주머니칼 한 자루가 암소가 될 수 있을지가 궁금할 테다. 그러나 페이지를 넘기며 서서히 작가가 숨겨둔 그 너머의 이야기를 눈치 챌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