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그 때, 정겨웠던 그 마을에 너희들과 함께 가서 놀고 싶어.”
혹시나 눈소식이 있을까 일기 예보에 귀 기울이던 어릴 적 그 겨울을 기억하시나요?
눈이 내리는 날이면 제일 먼저 발자국을 남기겠다고 온 동네 아이들이 모여 들었습니다. 모여든 아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눈덩이를 뭉쳐 서로에게 던지며 눈싸움을 벌였지요. 그러다 지치면 눈덩이를 굴려 커다란 눈사람을 만들었고요. 포대자루, 널빤지, 고무 다라이.. 미끄러지는 것은 무엇이든 눈썰매가 되어주었고 눈이 오는 날이면 온 동네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찼습니다. 쌓인 눈을 치우러 골목에 나선 어른도, 눈밭을 쏘다니며 겨울을 만끽하던 어린이들도, 대문 앞마다 팔벌린 눈사람들도 모두가 한없이 정겨웠던 시절이 있었더랬지요.
안그래도 이미 많이 달라져버린 시절, 예상치 못한 코로나는 더 빨리, 더 많이 우리의 일상을 바꾸어 놓고 있습니다. 지나가 버린 것이 아름다운 이유는 다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일까요? 코로나가 바꾸어버린 생경한 겨울을 지나며 작가는 어린시절 느리고 단순했지만 그래서 더 아름다웠던 그 겨울을 어린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나 봅니다. 겨울의 냄새와 고요한 마을의 풍경, 새하얀 눈에 들썩이던 우리의 마음까지 고스란히 그림에 담고 간결하게 정제된 말투로 ‘아빠 어릴 적’ 새하얀 눈이 내린 겨울 이야기를 담담히 들려주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보내고 있는 이 겨울은 훗날 어린이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