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니즘의 트렌드를 뛰어넘어
투박하고 단순하며 불완전한 것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다
‘와비사비’의 의미에 대해 일본인에게 물었을 때 과연 얼마나 제대로 대답할 수 있을까? 대부분 대답하기를 꺼려하면서 설명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이런 모습을 두고 지은이 레너드 코렌은 와비사비의 역사가 그 의미를 불분명하게 만들었고 그것을 제대로 알려주는 이가 없었다고 지적한다.
사실 와비わび, 侘와 사비さび, 寂라는 일본어는 의미가 전혀 다른 뜻이었다. 와비는 자연에서 홀로 지내는 참담함과 허탈함, 생기 없는 감정을 나타내지만 사비는 쓸쓸하고 수척하며 메마른 것을 나타냈다. 하지만 선불교, 다도와 결합되고 긴 역사를 거치면서 그 경계는 모호해져 하나의 단어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현대에는 그 본래의 의미가 변질되어 모더니즘에 바탕을 둔 라이프 스타일의 일종으로 여겨지고 있다. 사실 와비사비의 맥락은 모더니즘의 그것과 사뭇 다르지만, 어떤 맥락에서는 확실히 모더니즘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 둘 다 그 시대의 주류였던 미적 감성의 반작용으로 태어났고 불필요한 모든 장식을 배제하며 전혀 반대되지만 뚜렷한 표면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 둘은 다른 점이 훨씬 더 많다. 모더니즘은 영구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인공적이고 매끈한 표면과 완벽한 물질성을 추구하며 차갑다. 반면 와비사비는 모든 것은 때가 있다는 현재지향적이며 자연적이고 가공되지 않은 거칠고 투박한 본연의 물성을 중시하며 따뜻하다.
와비사비의 아름다움은 일상의 소박함과 까다롭지 않은 단순함, 자연에 순응하며 변해가는 불완전함을 즐기는 데 있다. 그리고 이는 모두 특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 한 켠 어딘가에 소소하게 존재하는 것들이며 현재에 집중해 자신을 마주해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다.
와비사비는 왜 한중일의 아름다움인가
초기 와비사비는 도교와 선불교의 소박함과 자연스러움, 현실을 수용하는 태도와 9-10세기 중국의 시와 수묵화에서 느껴지는 적막함과 우수, 미니멀리즘적 감각에서 기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