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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스트라빈스키 : 종(從의 최후
저자 정준호
출판사 을유문화
출판일 2021-01-15
정가 22,000원
ISBN 9788932431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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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머리말

늦잠을 깬 막둥이
대문 옆에 흔들리는 소나무
러시아 피에로의 반격
선택된 자
황금 닭과 겨룬 꾀꼬리
완성된 짝짓기
돌아온 람보
큐비즘으로 본 어릿광대
샤넬의 날개
옷이 매너를 만들다
섬뜩한 선물
발란신의 동기화
편집된 차이콥스키
성속을 넘나들다
저승의 여신을 만난 오르페우스
80분간의 세계일주
스스로 올린 대관식
파우스트의 변용
마법사의 제자
탕아의 귀환

맺음말
국적, 고향, 심지어 자신의 예술 스타일까지
어떤 것에도 미련을 갖지 않았던 방랑자

스트라빈스키의 삶은 끝없는 여정이었다. 이 여정에는 두 가지 요소가 크게 작용했다. 하나는 스트라빈스키 자신의 욕망이었고, 다른 하나는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물결이었다.

무명 시절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활동하던 스트라빈스키는 20세기 최고의 흥행사인 댜길레프에게 발탁되면서 파리로 활동지를 옮겼다. 그곳에 도착한 그에게 길에서 처음으로 말을 건 사람은 무려 ‘앙팡 테리블’ 장 콕토였다. 이처럼 당시의 파리는 역사에 남을 예술가들이 드글대는 곳이었다. 드뷔시와 라벨은 그곳에서 프랑스 음악 최고의 순간을 갱신했고, 피카소와 마티스는 서로 끝없이 부딪히며 미술의 한계를 확장했으며, 코코 샤넬은 혼자서 여성 패션의 개념 자체를 뒤집고 있었다. 스트라빈스키는 이들과 교류하면서 ‘새로운 예술’의 영향을 받았고, 이를 통해 러시아에 뿌리를 둔(그리고 엄청난 명성을 가져다 준 자신의 원시주의 음악에서 벗어나 다음 시기로 나아갔다.

결국 그는 프랑스로 국적을 바꾸었다. 프랑스가 자신의 예술을 더 잘 이해해 주기도 했지만,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면서 고국에 남겨 둔 모든 재산을 압류당하고 돌아갈 곳을 잃어버렸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후 제2차 세계 대전의 참화를 피해 스위스로 건너간 그는 20세기 중반에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국적을 옮겼다. 전쟁 이후 경제와 문화 양면에서 급성장한 미국이 클래식 음악 산업의 새로운 중심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역사의 흐름은 늘 새로운 중심지를 만들어 냈고, 스트라빈스키는 그곳을 찾아가 새로운 집으로 삼았다. 세계 대전으로 인해 망명한 다른 예술가들과 달리, 스트라빈스키에게 고향은 별 의미가 없었다. 수많은 우정도, 지나간 영광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그는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자신의 작곡 스타일까지 변화시켰다. 그는 더 좋은 결과물만 낼 수 있다면 모든 것을 차용했으며, 그중에는 음렬주의처럼 과거의 자신이 싫어했던 스타일도 포함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