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하고, 시리도록 아름다운 이야기
막 첫눈이 내린 어느 겨울날, 마을은 이상한 두려움에 덮여 있습니다. 삼백 살도 넘게 살아 마법을 부린다는 늑대에게서 섬뜩한 편지가 날아든 것입니다.
마을의 누군가에게 잡혀 간 새끼를 사흘 안에 돌려
보내지 않으면, 그 사람의 딸의 영혼을 대신 거두어 가겠다는 내용입니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는데, 이 아이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까요?
담담한 듯 사실적으로 묘사되는 이야기 속에 스며든 환상적인 분위기가 독특하고,
긴장감 있게 고조되다가 뜻밖의 반전을 펼쳐 보이는 결말이 감동적인 동화입니다.
인간이야말로 이기적이고 몹쓸 동물
인간은 세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동물 가운데 한 종에 불과합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인간은 자기들만의 관점으로 다른 동물들을 바라봅니다. 이를테면, 늑대는 거칠고 어둡고 섬뜩한 품성을 가진 동물이라는 식입니다. 하지만 늑대의 처지에서 인간을 바라보면 어떨까요?
“올겨울에도 당신들은 물고기란 물고기는 죄다 잡아들이고, 토끼며 멧돼지며 사슴까지 모조리 사냥하고 있소.”
숲에 사는 늑대가 보낸 편지에 묘사된 인간입니다. 그야말로 잔인하고 몰인정한 모습이지요. 그런데 이런 인간이 차마 해선 안 될 짓까지 저질렀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늑대의 딸을 잡아간 것입니다.
친구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면
늑대는 마법을 부려 마을 광장 한가운데의 횃대에 얼음 비둘기를 만들어 놓습니다. 얼음 비둘기 안에는 새끼 늑대를 잡아간 사람의 딸인 뤼시의 영혼이 갇혀 있지요. 늑대는 사흘이라는 시간을 준다고 했지만, 뤼시는 영혼을 빼앗길 수밖에 없습니다. 뤼시의 아빠가 이미 새끼 늑대를 죽이고 털가죽을 벗겨 냈기 때문입니다. 마을 어른들은 모두 갈팡질팡 어쩔 줄 모르는데, 친구들이 나섭니다. 새끼 늑대의 털가죽을 뒤집어쓴 로만이 앞장서서 숲으로 갑니다. 하지만 늑대가 속아 넘어갈 리가 없겠지요. “내 딸이 아니야. 어서 돌아가.” 첫 만남에선 분노를 억누르는 듯한 표정과 침울한 목소리로, 두 번째엔 나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