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을 헤매는 아기 코끼리, 누가 도와줄까?
작은 친절과 연대의 힘을 노래하는 이야기
어니스트는 저 멀리 보이는 화려한 정글이 궁금하다. 먹고, 자고, 걷는 평범한 코끼리의 일상과 달리, 그곳에서는 무언가 신나는 일들이 벌어질 것만 같다. 엄마 몰래 발을 들인 정글은 알록달록한 빛과 이상한 그림자가 일렁이는 신비한 공간이다. 눈길을 빼앗는 풍경에 점점 깊이 들어간 어니스트는 정글에서 길을 잃고 만다. 길에서 만난 고릴라, 사자, 하마, 악어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모두들 자기와 상관없는 일이라며 외면한다. 결국 어니스트를 도와주는 건 아주 조그만 쥐다.
어니스트조차도 처음에는 이 작은 쥐가 자신을 도울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쥐는 곤경에 처한 이에게 먼저 손 내미는 용기와 대가를 바라지 않는 따듯한 마음을 지녔다. 때로는 작은 친절이 삶을 구하는 빛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공감과 연대의 기적이 절실한 요즘, 앤서니 브라운의 담담한 메시지가 더욱 마음을 울린다.
상상력을 자극하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림
어니스트의 엄마는 정글은 “너처럼 작은 꼬맹이가 갈 곳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호기심 가득한 어니스트를 막지 못한다. 어니스트는 새로운 것을 보면 눈을 반짝이는 어린이의 모습과 꼭 닮았다. 앤서니 브라운이 그려 낸 정글은 매혹적이고 신비로운 공간이다. 나무에는 아이스크림, 축구공, 거대한 바나나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한편에는 동물무늬의 이상한 그림자들이 일렁거린다. 앤서니 브라운의 팬이라면 <사냥꾼을 만난 꼬마곰>에서 비슷한 풍경을 찾아보아도 재미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글은 마냥 즐겁고 신나는 곳이 아니다. 길을 잃고 당황한 어니스트에게는 차갑고 냉담한 장면이 펼쳐진다. 아름답던 풍경들은 사라지고 타자에게 관심 없는 무심한 동물들만 하얀 화면에 차례로 나타난다. 알록달록한 정글의 모습이 돌아오는 것은 어니스트가 친절한 쥐를 만난 다음부터다. 앤서니 브라운은 정교한 장면 연출로 어니스트의 심리를 독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