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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할머니네 집 : 치매 할머니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양장
저자 지은
출판사 이야기꽃
출판일 2021-01-07
정가 13,000원
ISBN 9788998751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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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19년 전, 할머니가 우리 집에 오셨다. 지팡이를 짚고 왼쪽 다리를 살짝 끌면서...

이 그림책은 작가의 실제 이야기입니다. 지금 작가의 나이 스물아홉이니, 할머니가 오신 것은 열 살 무렵. 다리를 절며 지팡이를 짚고 오신 할머니, 오자마자 평생 쪽 지어 온 머리를 짧게 자르고 파마를 하신 할머니, 스스로를 돌볼 수 없어 자식의 집에 몸을 맡기러 오신 할머니는 어린 손녀의 눈에 꽤 낯설었을 겁니다. 이제 막 생명의 기운이 차오르는 아이에게 치매에 걸린 노인의 모습이 익숙할 리 없을 테니까요.
그러나 부대끼다 보면 친숙해지는 법. 성장기 내내 함께해 오는 동안, 작가에게 할머니는 친근한 말벗이 되고, 노년의 삶을 성찰하는 모델이 되고, 사랑과 연민으로 가슴이 아릿해지는 그리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윽고 작가는 자신의 첫 작품 속으로 할머니를 초대했지요.

“나 오늘은 집에 간다아! 이따가 나 기다리지 마.”

복지관에 가시는 금요일마다 이렇게 말하는 할머니. 떠나온 지 열아홉 해가 지나 이제는 남의 집이 되었는데도, 할머니는 여전히 전에 살던 ‘효자동 집’에 살고 계십니다. 익숙한 것을 안전하다 여기는 치매환자의 심리기제일까요, 좋았던 시절 속에 머물고 싶은 소박한 욕망일까요.
어떻든 작가가 보기에 그곳은 할머니가 ‘날마다 쓸고 닦아 먼지 한 톨 없는 곳’이요, ‘손수 심은 나무들과 손수 담근 장 항아리가 나란히 서 있는 곳’이며, 할머니가 기억 속에서 여전히 대문을 열고 들어가시는, 할머니가 돌아갈 곳 - ‘할머니네 집’입니다.
그처럼 여기에 계시면서도 저기에 살고 있는 할머니와, 작가는 종종 이런 대화를 나눕니다. “할머니, 효자동 집 어땠는지 기억나요?” “효자동 집? 마당에, 주목나무랑 대추나무!” “마당에?” “있었어, 거기. 들어가는 대문 있는 데에 울타리.” “그리고 또?” “아이, 가서 사진 찍어 와. 우리 집, 집 그리기 싫어.” “땅도 파고?” “응, 내가 땅도 파고 장도 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