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새’가 우리를 지켜줄 거야
폐허가 된 마을, 폭격에 부서진 어떤 집에 엄마와 아이가 피신해 있습니다.
아이는 두려움을 이겨내려고 엄마에게 검은 새 이야기를 해 달라고 말합니다.
“밤이 되면 산에서 커다란 검은 새가 내려올 거야. 지붕 위에서 날개를 활짝 펴고 우리를 지켜 줄 거란다. 우리가 잠든 동안, 우리가 기다리는 동안.”
전쟁으로 폐허가 된 마을에서 안전한 곳은 없습니다. 언제 폭격기가 날아와 강철로 된 포탄을 비처럼 뿌려댈지 알 수 없으니까요. 아이는 두려움을 이겨내려고 검은새를 생각합니다.
새는 지붕 위에서 커다란 날개를 펴고 밤새 강철비를 막아줄 것입니다.
“깃털의 따스함이 느껴져요. 따뜻한 엄마 품, 흥얼거리는 엄마의 노랫소리가 들려요.”
모든 것이 캄캄할 뿐이에요
아이는 잠을 이룰 수 없습니다. 눈을 감으면 집이 다 부서지고 떠나야 했던 그날이 떠오르거든요. 새가 아이를 꼭 안아주며 물었습니다.
“모두 잊어버린 거니? 새가 물었어요. / 무엇을요? / 옛날에 행복했던 일들……. /
나는 눈을 감고 옛날을 떠올려 보았어요. 모든 색깔도요.”
새의 물음에 좋았던 일을 기억해 보려고 하지만, 기억나지 않습니다. 좋았던 기억은 도시와 함께 무너져 버렸거든요. 아이의 기억은 색을 잃어버린 깜깜한 절망뿐입니다.
가운데 행성이 나예요?
“나는 기억해 보려고 했어요. 무엇이든 기억해 보려고 했죠. 그때 어둠 속에서 무엇인가 점점 커지는 것 같았어요. 빨간 원피스가 보여요! 이렇게 말하는 내 얼굴에 미소가 번졌어요.”
검은 새는 아이에게 행복했던 기억을 되찾도록 도와줍니다. 아이가 잊어버렸던 행복했던 기억, 기억은 수많은 색깔로 아이를 찾아옵니다.
소식이 끊어진 아빠와 행복했던 기억, 언제나 함께했던 친구, 마을 사람들, 아이는 사라진 색깔들을 되찾고 싶습니다. 잊지 말아야 할 기억이라고 말해 줍니다.
“드레스가 빙글빙글 돌고 있어요. 수많은 해님이 내 주위를 돌며 춤추는 것 같아요.
행성이 도는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