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 내 이마를 토독
위대한 똥 12 모과 자동차 14 우유 한 방울 16 아기가 울 때 18 모전자전 19
걱정 인형 20 안경 놀이 22 코뿔소 24 어스름 벌레 26 위대한 숙제 30
제2부 | 개미는 우쭐하지 않고 가던 길을 갔다
보이지 않는 힘 34 1억 년 전 개구리 36 살고 38 검은 밤이 폴짝 40
참을 수 없이 무거운 존재 42 코끼리와 개미 44 작은 새와 천둥 46 시인과 마술사 47
그림 없는 그림책 50
제3부 | 이렇게 낮게 내려온 무지개는 처음 봐
무지개 파라솔 54 돌덩이 수박 58 이런 말을 들었다 60 식탁 의자와 소라 껍데기의 통화 62
아기구름보기 64 배 66 노루궁뎅이버섯 69 무서운 꿈이 찾아오면 70 아기돼지오징어 73
사철나무 꽃봉오리 76
제4부 | 멀리 갔던 그 새가 다시 날아와
춤 80 다시 무서운 꿈이 찾아오면 81 두부와 콩 86 귀뚜라미 87 냉이 88
감꽃 목걸이 90 눈사람 94 몽골 설화 95 별 오줌 100 헤어짐은 잠시 102 우주 그네 104
해설_김개미 106
수천 수만 수억 개의 빗방울 중
내 이마를 처음 토독, 두드린 빗방울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화장실로 달려간 다음” 들여다 본 변기 안의 “오늘 첫 번째 상품”(「위대한 똥」, “오늘 아침/ 학교 가다” 본 “바닥에 떨어진/ 우유 한 방울의/ 또록또록 빛나는” 눈망울(「우유 한 방울」, “수천/ 수만/ 수억 개의 빗방울 중, ?내 이마를 처음 토독, / 두드린 빗방울”(「위대한 숙제」. 시인은 가장 먼저, 처음으로 우리를 두드리는 존재들에게 눈을 맞춘다. 풍덩 울리는 청명한 탄생의 소리는 순수한 기쁨을,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작은 존재의 간절한 바람은 우리가 세상에 빚진 것들을, 이마가 처음 받아낸 물방울은 미지의 인연이 끌고 오는 긴장감을 일깨운다.
그런가 하면 「걱정 인형」 안에는 기념품 가게에서 본 걱정 인형을 사지 않고 와 버린 것 때문에 처음으로 걱정이 생겨 버린 화자의 웃픈 사연이, 「1억 년 전 개구리」 안에는 호박 속에 갇혀 있는 개구리 네 마리를 보고 지금까지 상상해 보지 못했던 차원의 시간성을 처음으로 깨달아 버린 화자의 골똘한 마음이 들어 있다. 그런가 하면 “세계 최초로 코끼리 발을/ 들어 올린 용감한 개미”(「코끼리와 개미」는 우쭐하지 않고 가던 길을 부지런히 간다. 스스로는 태연하지만 발견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호박의 결정만큼 단단한 외연을 넘나들며 무섭게 팽창하는 이 많은 처음들이 시인을 찾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 한창 만발한 세계, 미래에 더욱 확대될 세계
“유강희 시인의 시는 숲속에 있었어. ‘작은 것들의 세계’에. 그 세계에서는 주로 혼자였어. 그래서 벌레와 꽃, 새들의 친구였어. 그런 유강희 시인이 『무지개 파라솔』에서는 집을 짓고 마을로 왔어. 집에는 사람이 있지. 아기가 있어. 아기는 유강희 시인을 관찰자에서 체험자로 바꿔 버리지. 이 세계는 지금 한창 만발한 세계야. 유강희 시인은 가끔 방으로 들어가. 눈을 감고 몽상에 빠져들어. 현실이 떠받치고 무의식이 개입되는 이 풍요롭고 매력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