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 ? 홍세화 (한겨레신문 기획위원
우리는 겉으로는 차이와 다양성을 외치면서도, 저도 모르게 힘센 다수의 편에 서서 폭력을 행사하곤 한다. 순수한 듯 보이는 어린이와 청소년도 힘의 논리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다. 우리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으며 집단의 무지와 편견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을 가늠할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스스로 알고 있다고 믿는 것에 회의할 줄 아는 지혜를 갖기를. 나아가 인간의 맑은 영혼의 깊이를 느낄 수 있기를.
나는 한스 박사가 에스벤에게 던진 질문 앞에서 전율을 느꼈다. 이 전율을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공감할 수 있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만약 네가 선택할 수 있었더라면 말이다. 너는 어디에 있는 어머니를 보는 것이 나았겠느냐? 다른 사람들에게 에워싸여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어머니냐, 아니면 그 바깥, 괴롭히는 사람들의 무리 속에 끼어 있는 어머니냐?”
■ 마녀 사냥의 진실을 생생하게 파헤친 문제작
15세기에서 17세기, 유럽에서는 수십만에서 수백만으로 추정되는 무고한 사람들이 마녀 사냥으로 목숨을 잃었다. 마녀라는 꼬리표는 곧바로 죽음을 의미했다. 인두로 지지기, 사지 잡아 늘이기, 물고문, 태형 등의 온갖 고문이 가해졌고, 결국은 억지 자백과 화형으로 귀결되었다.
이 책 《마녀 사냥》은 이처럼 참혹한 집단 광기의 역사 속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안내자 역할을 맡은 것은 마녀 사냥으로 어머니를 잃은 소년 에스벤이다. 에스벤은 자신과 어머니에게 닥친 비극적인 사건의 전모를 한스 박사에게 고백한다. 처음엔 끊어질 듯 말 듯 간신히 이어지던 이야기가 시간이 흐를수록 구체성을 띠어 가고, 점점 더 말에 힘과 속도가 붙는다. 역사책에 갇혀 있던 마녀 사냥의 추악한 진실이 에스벤의 떨리는 목소리를 통해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것이다.
이처럼 이 작품은 피해 당사자의 증언을 통해, 지난날 유럽을 휩쓸었던 마녀 사냥의 참상을 사실적으로 그려 나간다. 맹목적인 공포심에서 싹튼 광기와 폭력, 힘없는 소수를 향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