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조문영
1부 찬란한 소수
1장 우리 민족의 땅을 떠날 수 없다 : 국경 지역 다이족 노인들의 목소리 (장정아, 왕위에핑
2장 용정, 도쿄, 상하이, 그리고 서울 : 김형의 여정으로 돌아본 격변기 중국 사회 (박우
3장 나는 작품으로 반항한다 : 어느 회족 예술가의 초상 (공원국
2부 개혁개방의 만화경
4장 단위에서 가족으로 : 동북 노동자 집안의 베이징 입성기 (조문영
5장 마을 중심이 번화한 시내가 될 때까지 : 허베이성 농촌 여성 사업가의 궤적 (이현정
6장 산시성의 한 연구원이 바라본 시진핑의 개혁과 중국 사회 (김기호
7장 가족과 국가 사이의 ‘너른 틈새’를 찾다 : 광저우의 중산층 대안 커뮤니티 (김유익
3부 선전(深?, 도시에서 민간 읽기
8장 ‘자기혁신’하는 도시의 명암 (김미란
9장 뤄팡촌, 개혁개방 1번지 선전과 자본주의 홍콩 사이에서 (윤종석
10장 성중촌의 소문 : 재개발 현장의 폭력과 돌봄 (김도담
4부 일상에서 만난 국경
11장 ‘상하이 자매들’ : 결혼이주자들이 쓰는 양안兩岸의 역사 (문경연
12장 ‘한국 장사’와 ‘한족 장사’ 사이 : 사드 사태가 보여준 중국 안의 ‘한국’들 (박형진
필진 소개
중국의 민(民은 제 삶에서 국가를 어떻게 만나고 있는가
토지에서 개인의 몸에 이르기까지, ‘영토’에 대한 통치 역시 국가 주도형 사회 계획의 중요한 일부였다. 농촌을 원시적 축적에 따른 비용을 감내할 “저렴한 자연”으로 만들고, 도농 이원구조를 제도화해서 도시와 농촌 주민 간 호적의 차이를 사회 신분의 차이로 만든 장본인이 중국 국가다. 이 농민의 ‘탈빈곤’을 목표로 민간 기업의 참여를 부추기면서 대대적인 빈곤 퇴치 사업을 벌이는 데 앞장선 장본인 역시 중국 국가다. 신중국 성립 초기에 토지개혁과 혼인법을 동시에 추진함으로써 미혼녀, 이혼녀, 과부에게 토지를 소유할 권리를 부여한 주체도, 1970년대 말부터 최근까지 계획생육(計劃生育 정책을 시행하여 여성의 몸에 대해 집요한 지배력을 행사한 주체도 중국 국가다. 민생과 민본을 강조하며 인민으로부터의 인정을 통치의 근간으로 삼지만, 동시에 누가 ‘인민’의 자격을 갖는가를 가름하는 심판자도 중국 국가다.
당과 정부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보니, 국가를 상위의 실체로 가정하면서 구심적 힘의 행사를 정당화하는 태도가 평범한 중국인들의 삶에서 관행이 된 지 오래다. 그럼에도 민(民이 제 삶에서 어떤 ‘국가’를 만나는가, 어떻게 만나는가는 여전히 중요한 질문이다. 국가는 인생을 뒤흔들 강력한 정책으로 등장하기도 하지만, 길가 담벼락의 희미한 선전 구호나 공문의 의례적 문구처럼 “공유된 무관심”으로 남을 때도 많다. 국가 지도자가 마을 사당의 위패나 가정집의 부적으로 등장하는가 하면, 급속한 개발 과정에서 이권을 둘러싼 이전투구가 심해지면서 지방 관리가 폭력배처럼 출현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국가 대 사회’라는 구도를 가정하면서 그 대립을 논하는 서구의 시각도, 이를 비판하면서 민과 관의 조화를 강조하는 중국 주류 학계의 시각도 대립과 합일 너머의 세세한 주름을 살피기엔 너무나 매끄럽다. “패러다임은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되는 순간 그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는 혜안을 떠올려봄직하다.
중국 민(民의 조각을 덧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