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로써 자기 목숨을 지키고 상대를 놀려 주는 이야기
《토끼전》은 지은이와 지은 때가 뚜렷하지 않은 옛이야기입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다 조선 시대 후기에는 판소리와 소설로 널리 퍼지면서 백성들 사이에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자라의 꾐에 빠져 용궁에 가 죽을 고비를 맞은 토끼가 꾀를 내어 살아 돌아온다는 이 이야기는 동물을 사람에 빗대어 쓴 우리나라 대표 우화소설입니다.《토끼전》은 누구를 이야기의 중심에 두느냐에 따라 읽는 느낌이 달라집니다. 용왕께 충성을 다하는 자라를 중심으로 보는 것과, 권력자인 용왕과 용궁 신하들을 놀려 주는 토끼를 중심으로 보는 것, 이 두 가지입니다. 이렇듯 동물들을 의인화해서 사람 사는 세상의 여러 모습을 비꼬아 나타내거나 꼬집어 보게 만드는 걸 ‘풍자’라고 합니다. 우화소설은 풍자성이 짙어 이야기 속에 여러 장치들을 숨겨 놓습니다. 그래서 읽는 이들이 웃음을 머금기도 하고, 약자들이 겪는 깊은 아픔에 공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인물 하나하나에 풍자성을 담은 이야기
《토끼전》에 나오는 인물 하나하나에는 풍자성이 담겨 있습니다. 권력이 있다고 해서 다른 짐승 목숨을 함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용왕. 또 높은 이한테 충성하려고 다른 짐승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자라. 평소 업신여기던 자라가 높은 벼슬을 받자 배 아파하는 다른 신하들이 다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토끼에게는 장점만 있을까요? 토끼 또한 헛된 욕심에 빠져 자라를 따라 덜컥 용궁으로 가 죽을 처지에 놓입니다. 이러한 것들이 바로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약점이기도 할 것입니다. 어쩌면 옛 백성들은 썩은 조정을 병든 용왕에 빗대어 나타내려고 했는지도 모릅니다. 그저 자기 병을 고치려는 욕심에만 사로잡혀 백성들을 속이고 희생시키는 것을 쉽게 여기는 용왕과 신하들이 비단 이야기 속 인물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런 세상 속에서 토끼가 희망을 품고 찾아간 용궁은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내어 줘야 하는 더 큰 지옥이었습니다. 힘들고 어렵게 살아가던 옛 백성들은 이 이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