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돌봄 시설에서 일하게 된 임상심리학자,
그저 ‘가만히 있기’로 완성되는 돌봄에 대해 이야기하다
임상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오키나와에 있는 정신과 돌봄 시설에 취직한다. 주로 조현병 환자들이 찾아드는 시설에서 초보 임상심리사는 아픈 이들을 ‘치료’하겠다고 의욕을 불태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업무는 치료와 거리가 먼 것들이었다. 환자들과 함께 카드놀이를 하고, 배드민턴을 치고, 관광을 다니고, 때로는 멍하니 앉아 있는 등 전문성을 발휘할 기회가 없는 나날을 보내며 저자는 끊임없이 ‘이래도 괜찮을까?’ 하는 의문을 품는다.
하지만 다양한 사정을 지닌 환자들과 교류하고, 베테랑 스태프들과 함께 일하며, 저자는 치료에 앞서 ‘돌봄’으로써 일상부터 복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가만히 있기’조차 힘든 사람들과 함께하며 ‘있기’가 우리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 것이다. 그때껏 치료만 신경 쓰던 저자는 ‘돌봄’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고, 치료에도 돌봄을 접목하는 임상심리학을 연구한다.
저자는 이 특별한 돌봄 시설에서 4년 동안 겪은 일을 한 편의 소설처럼 구성했다. 직위가 가장 높은데도 허드렛일을 도맡는 다카에스 부장, 시니컬하지만 정이 깊은 싱글맘 히가미사 등 스태프들을 비롯해 머리에 뚫린 구멍을 메우려 하는 대학생 하에바루, 달나라 주민으로 특별한 임무를 수행 중인 유지로 씨 등 개성 넘치는 환자들이 등장한다. 돌봄 시설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때론 웃음을 때론 감동을 불러일으키며 독자들을 책 속으로 이끈다.
“꼭 무언가 하지 않아도 됩니다.”
돌봄을 받는 동시에 돌보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매일 의존하며 살아갑니다』는 얼핏 에세이 또는 소설처럼 보이지만, 저자는 이 책을 ‘학술서’라 정의한다. 삶에서 ‘일상’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의존’과 ‘돌봄’이 일상을 어떻게 지켜주는지를 임상심리학을 비롯해 철학, 사회학, 인류학, 심층심리학 등을 끌어들여 깊이 있게 파고들되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한다.
이 책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