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공이산’의 고사, 활달하고 힘찬 먹선,
세 마리의 용이 산을 옮기는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이야기
한자 산(山은 세 개의 봉우리를 가진 산 모양을 본뜬 글자로, 직관적으로 산을 떠올리게 한다. 프랑스에서 출간된 그림책의 제목은 ‘Sann’인데 주인공 이름 ‘산’이 중국어로 산(山을 발음했을 때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작가 첸 지앙 홍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첸 지앙 홍은 자신의 모국인 중국의 전설과 문화, 역사를 알리는 데 적극적인 작가로 동양화 기법으로 스케치 없이 먹으로 미농지나 비단에 그림을 그리는 방식을 즐겨 활용한다. 『산을 옮긴 아이』 역시 먹을 흠뻑 적신 붓을 거침없이 휘둘러 그린 듯 활달하고 힘찬 그림이 눈길을 끄는데 삐죽삐죽 솟아 있는 암석과 날카롭게 깨져 있는 돌조각들은 거친 먹선을 만나 자연의 비정한 면모를 드러내준다. 엄청나게 높이 솟아 있는 산에 비하면 인간과 그들의 마을은 얼마나 볼품없고 허약한지.
『산을 옮긴 아이』가 나이 어린 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은 어린아이의 자그마한 몸집이 갖는 연약함과 위태로움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 안에 담긴 강인한 에너지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노인의 우직하고 현명한 태도보다는 어린 소년의 순진무구한 도전 정신과 모험심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까닭이다. 이야기의 첫 부분에서 폭풍우가 몰아치고 돌덩어리가 쏟아져 내리자 마을 사람들은 더 이상 살 수 없어 모두 떠나 버린다. 따라서 곧 태어날 아기 때문에 남아 있던 산이네 가족에게 방긋 웃으면서 태어난 아기는 혼란스러운 존재였다. 하지만 동글동글하고 보드라운 뺨을 가진 아이는 자라서 산을 옮기는 과업을 이루는 것으로, 자연에 맞서는 인간의 힘과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림은 시커멓고 거친 바위산과 조그맣고 연약한 아이를 극적으로 대비시켜 산을 옮기는 일이 도저히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상서로운 세 마리 용으로 하여금 단숨에 산을 옮겨 성공으로 도약하도록 만든다.
이따금 세상의 이치란 우리의 이해 밖에 있어 이 엄청난 규모의 기적 앞에서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