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성장을 담은 결혼 이야기
이 책의 주인공 민지에게 언니의 결혼은 물리적, 심리적인 이별을 감당해야 하는 날벼락 같은 사건이다. 아무리 어려도 언니가 결혼을 하면 지금처럼 한 집에서 함께 지낼 수 없다는 사실쯤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언니와의 이별을 싫건 좋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는 일인가. 언니와 헤어지고 싶지 않고 같이 있으려면 언니가 결혼 못 하게 말리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민지는, 나름의 결혼 방해 작전을 펼친다. 언니한테 전화가 와도 알려주지도 않고, 외출하려는 언니 신발을 감추고, 괜히 언니가 만나는 ‘아저씨’가 못생겼다면 흉을 본다. 언니를 지키겠다고, 언니를 데려가지 못하게 하겠다고 벌이는 민지의 그런 행동이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귀엽고 사랑스럽다. 이처럼 이 책은 언니의 결혼으로 이별을 해야 하는 아이의 마음과 심리가 과하지도, 가볍지도 않게 잘 그려져 있다. 그 속에서 결혼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책의 주인공 민지와, 이 책을 읽는 아이는 그렇게 한 단계 또 성장할 것이다.
지금은 사라져 가는 결혼 풍속도
‘함 사세요.’ 골목 어귀부터 시끌벅적하게 울리는 소리에 이웃들의 수다가 시작한다. 어느 집 몇째가 결혼한다더라 하는 이야기와 함께 동네 사람들은 골목으로 나와서 진심으로 축하하는 얘기를 건넨다. 신랑 친구는 함을 지고, 또 다른 친구가 함잡이를 하며 신붓집 앞에서 함을 갖고 흥정을 한다. 함값을 갖고 시끌벅적 요란을 벌이는 모습은 동네 사람들의 재밌는 구경거리가 되곤 했다. 하지만 떠들썩하게 함잡이를 앞세우고 함이 들어가는 풍경은 많이 사라졌다. 잘 모르는 이웃들에게는 소음이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점점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1970, 1980년대만 해도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당연했기에, ‘함 사세요.’라고 떠들썩한 소리는 잔칫날의 즐겁고 정겨운 소리였다.
지금도 결혼 전에 신랑은 함을 신붓집으로 보낸다. 함 속에 뜻깊은 예물과 사주단지를 준비하긴 하지만, 예전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