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1일 밤, 잠을 자지 않고 이불 속에서 속닥거리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라온이와 가온이 남매입니다. 언젠가 읽은 전래 동화 속 세시 풍속을 믿고, ‘누가 누가 안 자나’ 내기를 시작했지요. 다음 날 눈썹이 하얗게 세지 않으려고 잠을 물리치던 아이들에게 달나라에서 뜻밖의 손님이 찾아옵니다. 바로 옥토끼지요. 커다란 자루를 들고 아이들을 찾아온 옥토끼는 아이들의 내기에 심판이 되어 주겠다고 제안하고, 아이들은 이를 받아들입니다. 과연 두 남매는 밤새 잠들지 않고 눈썹을 지켜 냈을까요?
《눈썹 세는 날》은 섣달그믐 밤을 뜬눈으로 새워야 복을 받는다는 세시 풍속을 아이들 방과 달나라 토끼가 사는 우주 공간을 넘나들며 환상적으로 그린 책입니다.
전작 《춤추는 수건》으로 치매에 걸려 기억을 잃어 가는 노인의 이야기를 아름답게 풀어내 많은 독자의 가슴에 찡한 여운을 남긴 제성은 작가는 아이들이 우리 고유의 세시 풍속인 ‘눈썹 세는 날’에 대해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간결하고 운율이 넘치는 글로 이야기를 이끌어 갑니다. 더불어 ‘자’ 자로 끝나는 단어를 활용한 말놀이를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 읽는 재미를 더했지요.
더불어 그간 《파랑 오리》, 《딩동》 등 서정적이고 섬세한 그림으로 사랑받아 온 릴리아 작가가 우리 세시 풍속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감각적인 그림은 이야기를 더욱 더 따뜻하게 빛내 줍니다. 아이들의 방에 걸린 모빌이 ‘누가 누가 안 자나’ 내기를 하는 우주 공간으로 대치되는 등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아이들의 상상에 현실감을 부여하고, 흡인력을 더합니다.
아이들이 우리 문화를 체험할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게임, 유튜브 등에 익숙해져 우리 고유의 풍속과 놀이를 낯설어하지요. 그러나 절기나 세시 풍속을 아는 것은 옛 조상들의 생활 모습을 살펴봄으로써 삶의 지혜를 터득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이 책은 고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세시 풍속’을 재해석해 아이들의 궁금증을 끌어냅니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며 우리 전통문화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