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뿔소는 왜 달을 삼켰을까?
죽음이라는 묵직한 소재를 다루는 데 작가가 평소 즐겨 그려오던 코뿔소의 이미지를 채택한 것은 자연스런 과정이었다. 코뿔소는 실제 모성애가 깊은 동물이다. 그렇다면 코뿔소는 왜 달을 삼켰을까? 책의 전체를 조망해 보면 행복 - 슬픔(상실 - 분노 - 그리움의 시퀀스로 나뉜다. 그 중심에 달이 있다. 왜? 달은 곧 아기 코뿔소의 분신이기 때문이다.
무럭무럭 자라는 새끼와 함께 하는 엄마 코뿔소는 마냥 행복하다. 그러나 갑작스런 사고로 새끼를 잃게 된다. 슬픔과 상실감에 휩싸인 엄마 코뿔소는 강물에 비친 달의 모습에서 새끼를 만나게 되지만 허상뿐임을 자각하면서 분노에 휩싸인다. 그리고 분노를 억누를 수 없는 코뿔소는 마침내 삼켜버린다. 그토록 되찾고자 하는 새끼에 대한 열망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달이 사라지자 아기 코뿔소가 뛰어놀던 초원은 희망을 잃은 듯 절망과 어둠의 시간만 가득하다. 기간은 속절없이 흘러간다. 그 시간은 그리움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리움 속에서 엄마 코뿔소는 새로운 생명을 잉태한다. 새끼가 태어나자 달은 제자리를 찾아온다. 달은 다시 초원을 밝게 밝힌다. 그러나 돌아온 달은 분노의 달이 아니다. 평안을 되찾았지만 그리움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달은 엄마 코뿔소의 가슴에 묻혀있는 그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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