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노래들은 최선을 다해 곡선이다
앵두나무 저울
꽃잎 다리
푸른 하늘
이사 가는 나무 1
수목장
시골집
텃밭
참새 1
발자국
길찾개
노래들은 최선을 다해 곡선이다
2부 손을 씻고 강아지를 만져야지
반성
벽시계
수돗물
붕어
물어볼까
잠자리
참새 2
자석
나를 닮은 구름
글씨체
3부 멀리서 보면 더 멀리서 보면
책갈피
꽃호랑이
벚나무
꼭 그렇게만 볼 필요가 있을까
안경
어머니가 책상을 사 주신 날
방구
벌들의 오해
달랑게와 갈매기
잉어
물나라 글씨
자벌레
4부 나무들은 어떻게 졸까
태양과 그림자
이사 가는 나무 2
나무들은 어떻게 졸까
살구나무
입과 귀
간지러움은 왜 필요할까?
까까
숟가락
강아지
해설 이안
함민복 시인이 십 년 만에 펴낸 두 번째 동시집
말랑말랑함이 품은 뼈, 흔들림 속에 자리한 중심을 발견하다
늘
강아지 만지고
손을 씻었다
내일부터는
손을 씻고
강아지를 만져야지
_「반성」 전문
이 동시를 쓴 함민복은 언어를 나뭇등걸 삼아 마음에 불을 지피는 시인이다. 은근하게 데워진 마음은 그 둘레까지 데우고 밝힌다. 늘 자신에 대해 묻는 이들에게 담박한 언어로 대답하는 시인답게 그는 담박한 언어로 담박한 글을 쓴다. 수식으로 애써 부추기지 않아도 충분히 마음을 밝히고 힘이 있는 시. 『노래는 최선을 다해 곡선이다』는 2009년 첫 동시집 『바닷물 에고, 짜다』에 이어 함민복 시인이 펴내는 두 번째 동시집이다.
10년의 시간은 견고한 동시의 집을 지었다. 첫 동시집이 바다와 갯벌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생명들의 이야기를 재치 있고도 감동적으로 풀어냈다면 이번 동시집은 바다에서 걸어 나와 일상의 ‘곡선 길’을 걸으며 본 곳곳의 존재들, 그들이 뿌리박고 살아가는 풍경들을 진득이 그러모았다. 그 풍경을 보자면, 어깨 위에 내려앉아 잠시 숨을 돌리는 잠자리, 날아가는 기러기 떼를 보고 있는 강아지, 물세제로 안경을 닦는 할머니, 땅에 떨어지는 서너 개의 앵두알, 그리고 그 앞에 골똘하여 앉은 시인이 보인다. 이 “말랑말랑한” 존재들의 이야기 세계에서 우리는 위안을 얻는다. 말랑말랑함 속에 단단한 뼈가, 나무의 가지에 뿌리가, 흔들림 속에 단단한 중심이 있음을 그리하여 나 또한 그러한 존재라는 것에 설득당하는 것이다. 수식 없는 언어지만 바로 그것이 존재를 드러내는 최선의 언어임을 함민복 동시는 알게 해 준다. 손을 씻고 강아지를 만지는 어른과 함께하는 아이는 배려 깊은 세상에서 살아갈 것이다.
함민복 시인의 동시는 쉽다. 그런데 어렵다. 시는 쓰고 읽는 것이지만 사는 것이기도 하다. 시인은 시를 쓰면서 시를 산다. 시의 독자도 마찬가지다. 시를 읽으면서 시를 살고자 애쓴다. 크게 느끼어 마음이 움직임. 국어사전은 감동(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