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고 생동감 넘치는 독특한 민화로 재현
용왕의 병을 고치기 위해 토끼 간을 구하러 토끼 그림 한 장만을 가지고 육지로 온 자라가 천신만고 끝에 산속에 도착하고, 마침 동물들이 나이 자랑을 하기 위해 모인 곳에서 토끼를 발견한다. 자라가 너무나 반가운 나머지 “토 선생(토끼를 높여서 부르는 말” 하고 부른다는 것이 마음도 급하고, 뭍에 나와 턱으로 기어다니는 바람에 턱이 힘이 빠져 “토, 토, 토, 토, 호, 호 선생(호랑이를 높여 부르는 말!” 하고 부르면서 벌어지는 우스꽝스러운 한바탕 소동을 그렸다.
산중에서 자신을 선생으로 불러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에 반가운 호랑이가 산을 내려오는 장면은 과장되고 유머러스하며, 리듬감이 넘친다. 호랑이의 크기와 생김에 대한 생생한 묘사는 마치 눈앞에 그림을 그려놓은 것처럼 실감 난다.
“(호랑이가 움직이는 소리는누에머리(누에머리와 같이 생긴 산봉우리를 흔들고, 대나무로 만든 화살통과 같은 앞뒤 발, 쇠를 만든 낫과 같이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큰 짐승이 얼어붙은 모래도 촤르르르 흩치고, 산을 울리면서 큰 소나무 숲을 지나 내려온다.”
호랑이가 ‘자신을 선생이라고 불러준 누군가’를 만나러 기대에 부풀어 한달음에 내려오지만, 그 사이 모든 짐승들이 숨고, 말라붙은 말똥 같은 ‘자라’만이 있다는 사실에 실망한 호랑이가 자라와 주거니 받거니 하는 신경전도 일품이다. 자라를 잡아먹으려는 호랑이와 어떻게든 빠져나가려는 자라의 임기응변은 절로 웃음이 터진다.
그림작가 김우현은 이 우스꽝스럽고 재기발랄한 장면을 민화풍으로 재해석해 마치 판소리를 듣는 것처럼 그림으로 표현해냈다. 천진하면서도 코믹하며, 바보 같지만 우직한 전통 민화 속 호랑이의 모습을 자유롭고 생동감 넘치는 김우현식 민화로 재창조해 작품에 생명력을 더했다.
그림동화 『범 내려온다』는 우리 소리의 현대적 변용을 통해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신선한 즐거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