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01 2019 일본발 서드 임팩트, 그 입맛 쓴 결말
-생각할 거리들
02 밀린 숙제 - ‘서브컬처’의 대안을 찾아라
-생각할 거리들
03 만화가는 화백이 아니다
-생각할 거리들
04 한국 성인만화 속 성애 표현의 한계와 역할
-생각할 거리들
05 애플 앱스토어 토론 그 후 10년
-생각할 거리들
06 만화와 뉴미디어
-생각할 거리들
07 기술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생각할 거리들
08 ‘만화책’은 돌아오고 있는가?
-생각할 거리들
마무리하며
“일본을 넘어 덕립의 길을 걷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캐릭터 디자이너이자 만화판 작가인 사다모토 요시유키(貞本義行가 2019년 8월 9일 트위터에 평화의 소녀상을 모독하는 글을 올렸다. 이른바 일본발 ‘서드 임팩트’의 서막이었다. 일본 정부가 한국을 드러내놓고 식민지로 여기고 있는 게 분명할 만큼 어처구니없는 외교적 결례를 반복하고 있는 와중에 터진, 사다모토 요시유키의 이 같은 반응은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지니는 상징성과 더불어 이 작품에서 사다모토가 지니고 있는 위치가 결부되면서 말 그대로 태풍의 눈이 되었다. 평화의 소녀상 모독 발언에 분개한 한국의 오덕들이 ‘〈신세기 에반게리온〉 손절’ 선언을 이어나갔다.
2019년 8월 23일, 한국의 래퍼 데프콘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데프콘TV에 영상 한 편을 올린다. 3분 58초짜리 짧은 영상에서 데프콘은 작업실 한 면을 차지하고 있는 아스카 랑그레이(〈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이자, 데프콘이 평소 “내 여자친구”라고 공언하고 다니던 캐릭터의 대형 화보를 찢었다. 한 사람의 덕후로서 온갖 방송 활동을 하며 아스카에 대한 사랑을 한껏 드러냈던 데프콘의 탈덕 선언은, 일본과의 연결점에 매일 필요가 없이 꾸준히 성장해온 우리네 덕후 문화의 자긍심이 낳은 상징적인 ‘덕립선언’이었다.
평화의 소녀상을 둘러싼 사건은 사다모토 요시유키의 자폭(?에 그치지 않는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서는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라는 행사가 열렸다. 아이치 트리엔날레는 3년마다 열리는 일본 최대 국제 예술제로, 2019년 행사의 주제전이었던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에서 김서경, 김운성 작가의 조각 작품인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시작 사흘 만인 8월 3일 중단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권력의 검열이 작동한 혐의가 농후한 상태로 중단됨으로써 전시회의 주제였던 ‘표현의 부자유’가 말 그대로 일본 사회 안에 횡행하는 표현의 부자유를 나타내는 형태로 완성되는 결과로 나타났다. 작품의 목적 그리고 전시의 목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