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다 계획이 있구나
모두를 따뜻하게 감싸고 싶은 할머니의 큰 마음
털실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던 할머니는 살풋 웃음을 지으며 뜨개바늘을 집어 듭니다. 그러고는 뜨개질을 시작하죠. 무엇을 뜨는지는 알려 주지 않고요. 동물들도 할머니가 이렇게 많은 털실로 과연 무얼 뜨실지 몹시 궁금하지만 물어보지는 않습니다. 나중에 떠 놓은 걸 보면 알게 될 테니까요. 동물들은 뜨개질하는 할머니 옆에서 먹다가 놀다가 잠자다가, 잠자다가 먹다가 놀아요. 할머니가 배고프면 입에다 만두를 하나씩 넣어 주고, 등 간지러우면 등 긁어 주고, 심심하면 노래도 불러 주면서요. 할머니가 뜨개질을 계속하는 동안 밤은 다시 낮이 되고, 낮은 다시 밤이 됩니다. 할머니가 뜨개바늘을 움직일 때마다 실뭉치는 점점 줄어들고, 뜨개는 점점 커집니다. 그렇게 몇 날 밤, 몇 날 아침이 지나도록 할머니는 뜨개질을 멈추지 않고, 어느덧 할머니 옆에는 뜨개가 산더미처럼 쌓입니다. …
그 동안 여러 작품들에서 개성 넘치는 동물 캐릭터와 풍부한 상상력을 선보여 온 채인선 작가는 이 책 《할머니는 과연 무얼 뜨고 계실까?》에서도 진정한 이야기꾼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한편, 작고 여린 것들에 대한 한층 따스한 시선을 더했습니다. 추위에 떠는 동물들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뜨개질을 하는 할머니와 우리 아이들을 꼭 빼닮은 천진난만한 동물들이 벌이는 유쾌한 소동을 작가 특유의 입담으로 흥미진진하게 그려 냈지요. 그래서 할머니는 과연 무엇을 떴냐고요? 이 책의 마지막 장면에서 모두를 따뜻하게 감싸고 싶은 할머니의 큰 마음을 확인할 수 있답니다.
감칠맛 나는 말맛이 살아 있는 글
할머니의 뜨개질처럼 포근하고 따뜻한 그림
채인선 작가는 마치 구연동화를 듣는 느낌이 들도록 감칠맛 나는 말맛을 살려 쓰는 데 힘을 쏟았습니다. 그러기 위해 여러 차례 되풀이하여 읽어 보고 아이들에게 읽어 주며, 낱말 하나하나를 고르고 다듬었죠.
섬세하고 따뜻한 그림 역시 이 책의 묘미입니다. 그림을 그린 황보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