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해하지 않고, 함께 발 맞춰 가는 ‘일상의 속도’
무엇이든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다. 라면이 끓는 3분도 채 기다리지 못하고, 빨간불에서 초록불로 바뀌는 찰나를 참지 못해 클랙슨을 빵빵 울려대곤 한다. 인내심이 사라지고 조급함이 늘어가는 시대, 우리는 갈수록 가속이 붙는 일상 앞에 자꾸 주저앉으면서도 그런 자기 자신을 채찍질한다. 남들보다 뒤쳐지기 전에, 남들에게 기회를 뺏기기 전에 빨리, 빨리, 더 빨리!
그렇게 치열하게 사느라 우리는 계절에 따라 하늘이 어떠한 색으로 바뀌는지, 아침저녁 마주치는 나뭇잎 색깔이 얼마나 진해졌는지, 오늘 불어오는 바람은 어제보다 얼마큼 단단해졌는지 알지 못한다. 매일 지나는 길가에 새로 핀 꽃이나 풀에게 관심을 둘 여유조차 없다. 혹시라도 아이가 가던 길을 멈춘다면 “빨리 안 오고 뭐 해?” 핀잔을 주기 일쑤다. 부모는 아이들의 세계를 이해해준다고 하면서도 정작 현실에서는 잔소리를 늘어놓는 것이다.
눈으로만 인지하던 세계를 귀와 입을 통해 새로이 받아들이면서 아이들에게는 홀로 사유할 수 있는 사고의 영역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그렇게 자기만의 상상 세계로 한 걸음씩 내디디는 아이들이 생각의 확장을 이루도록 도움을 주는 게 중요하다. 그 도움의 시작은 바로, 조급해하지 않고 말하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아이의 속도를 기다려주고 발 맞춰 함께 걸어 나가는 일이다.
지루할 게 없는, 천진한 아이의 마음으로 ‘기다리며 살아가기’
김라임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조금 느려도 충분히 행복하게 살아가는 힘을 전한다. 일상의 소소한 풍경을 다정한 시선으로 들여다보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아낸다. 화려한 꾸밈이나 기발한 발견 없이도 친숙한 세상을 펼쳐 보이고 있어 그 자체로 친숙한 동심을 느끼게 한다. 사실 꽃봉오리가 피어나기를 기다리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인가 싶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정말로 쉽지 않은 경험이라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든다. 누구나 한 번쯤 겪을 법한 일상적 소재이지만 정작 아무도 겪지 못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