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들개이고 엄마는 집에서 키우던 개였습니다. 엄마는 사람들에게 꼬리를 쓰는 법을, 아빠는 송곳니를 쓰는 법을 알려 주었습니다. 아빠가 등산객에게 송곳니를 드러내서 송곳니를 피해 달아나던 등산객이 나에게 돌멩이를 던졌습니다. 그로 인해 한쪽 눈이 부풀어 올라 쳐지고 말았습니다. 개장수에게 엄마, 아빠가 잡혀가게 되고 송곳니를 자주 쓰는 아빠는 안락사를 당하고, 엄마는 새로운 주인을 만나게 됩니다. 나는 산속에서 불빛 하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귀를 쫑긋하지 않아도 낭랑하게 글 읽는 소리가 들려오는 곳, 온갖 소음을 잠재워 버리는 마법 같은 글 읽는 소리에 나의 마음이 끌립니다. 그곳은 서당이라는 곳이었습니다. 나는 세상이 아무리 송곳니를 강요해도 평화주의자로 살아가겠다고 결심한 뒤 산속에 있는 엄살 서당에 발을 들이게 되고 이제 들개의 생을 끝내고 인간 세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합니다. 그곳에서 만난 맹꽁이라는 학동이 ‘윙크’라는 이름도 지어 줍니다. 떠돌이 들개 윙크가 보여 주는 송곳니의 마법을 경험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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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엄마는 늘 사람들에게 잘 보이는 법을 가르쳐 주었고, 아빠는 산이나 들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 주곤 했다. 엄마는 꼬리 치는 법을, 아빠는 송곳니 쓰는 법을 알려 주었다. 꼬리와 송곳니는 언제나 마음을 드러내어 주었다. 그래서 엄마는 늘 곱게 꼬리 쓰는 법을 보여 주었다. 꼬리 하나로 몸맵시를 완성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세상도 편안하게 다스릴 수 있다고 했다.
반면에 아빠는 무엇이든 날카로운 송곳니로 해 볼 만하다면서 걸핏하면 송곳니를 드러내며 으름장을 놓았다. 생김새도 늑대 같으면서 자꾸 송곳니를 들이대니 아빠의 별명은 자연히 ‘송곳니’가 되었다. 송곳니를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당연하게 아빠의 몸에도 상처가 늘어났다. 송곳니와 꼬리는 서로 양립할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