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으로 빚었다. 산과 물, 정자, 꼬리치는 개와 작은 개구리도 모두 흙으로 만들어졌다. 뭉툭한 손으로 만들어진 섬세한 가냘픔과 유려한 산세에 화들짝 놀랜다.
작가는 “몇 년의 서울 생활을 마치고 정착한 곳이 강진이었고, 그곳에서 일하면서 도자기를 보고 만들고 습득했다. 전공이 한국화였으니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는 일을 했으나, 곧 지루해졌고, 결국은 도자기를 만들어보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면서 “손으로 흙을 가지고 논다고 생각한다. 잘 반죽이 되어 기포가 생기지 않는 흙을 가지고 그저 이것저것 형태를 만들어보다가 산도 만들고 집도 만들며 꼼지락거린 것이 지금까지 왔다.”고 겸손해한다.
<지렁이기법>이라고 웃으며 말한다. 흙을 지렁이처럼 길게 말고 다시 좌우, 위아래로 흙을 늘여가면서 판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서로 다른 크기의 흙 판을 서로 이어붙이고, 전당한 건조가 되면 산수를 표현하기 위해 흙을 다시 늘여 붙이는 작업을 한다. 신기한 건 대부분의 도예가들이 건조된 작품에 유약을 덧씌울 때 덤벙 기법을 사용하는 데 반해 작가는 붓을 이용해 일일이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칠하는 것이다. “유약 아래 또 다른 유약을 칠해두고 불이 만들어내는 융복합 현상을 기대한다. 같은 소재의 유약이지만 가마 안에서 스스로 깊어진 빛깔은 서로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이 내가 바라는 기법이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붓으로 칠해진 섬세한 유약은 그 위에 유리를 놓았을 때 가마 안에서 함께 숙성되고 깊어져 흔히 보는 유리 성질 보다 더 융숭한 맛을 갖는다. ● 범현이 (미술평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