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_다시 처음처럼
1부 달 밥
학원차
가을 목장
나도
마트료시카
이상해
이상한 결심
아침
여우누이
양말 신는 순서
길
달 밥
햄스터 꽃
살구
듣는 가을
2부 새로운 동시어 사전
돼지섬
개나리
새로운 동시어 사전
달팽이
반딧불이
해질 녘
아빠 나가신다
예서의 수수께끼
출근하는 아빠
전화
높임말
고백
감나무
달걀찜
3부 엄마는 멀었다
예서의 질문
누가 누구를
튤립
엄마는 멀었다
맨드라미
목련 합창단
내가 읽은 뉴스
와이키키 서진이
기러기연
눈금
아침 10시
장군 이야기
꼬리 흔드는 아이
동생의 그림
겨울 아빠
4부 모기 퇴치법
꽃 언니
철새 한 줌
할아버지
여름 후
국수 먹는 새
책꽂이
조개
아침 달
눈 오는 날
태안 앞바다
파리
모기 퇴치법
파리
해설_새로움의 깊이 존재의 가치_임수현
새로움의 깊이 존재의 가치
가을이 시작하는 지점에서 임지나 시인의 두 번째 동시집 『꼬리 흔드는 아이』을 만났다. 하루가 다르게 진해지는 은행잎이 올해는 유난히 더 아름답게 보였다. 아마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당연하게 여겨지던 것들의 소중함, 계획을 세울 수 있고 때가 되면 약속을 지킬 수 있는 것들의 소중함이 더 절실해진 까닭은 아닐까. 사라지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게 얼마나 많던가. 사람도 계절도 우리의 삶도.
『꼬리 흔드는 아이』를 읽는 즐거움은 존재하는 곳곳의 사물들을 면밀하게 들여다보게 하는 지점에 있다. 임지나 시인의 동시는 사물의 빛나는 순간을 면밀하게 살펴 시인만의 “동시어 사전”을 만들어 내고 있다. 시인은 다채로운 형식의 시도와 생기있는 어조로 동시 읽는 기쁨을 선사한다. 동시집 안에서 대화의 방식은 독자와 거리를 좁히고 직접 소통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장난기 어린 얼굴로 천연스레 말을 늘어놓는 어린이 화자는 때로 어른보다 진지한 태도로 삶의 의미를 통찰하며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소중해
어, 어 조심해라
할아버지가 감 따는 아빠를 바라보고 아빠는 자전거 타는 나를, 나는 자전거 타는 동생을 동생은 세발자전거 타는 예서를
할아버지가 아빠 숟가락 위에 고기를 올려주고 아빠는 엄마 숟가락에 엄마는 내 숟가락에 난 동생 숟가락에
이젠 할아버지 안에 푸른 하늘…
하늘 안에 아빠, 아빠 안에 엄마, 엄마 안에 나, 내 안에 동생, 동생 안에 더 작은 여동생, 겹겹이 겹겹이 제일 단단해진 열매 같은 우리
- 「마트료시카」전문
할아버지를 없애면 내가 존재할 수 없다. 이는 시간 여행의 모순을 뜻하는데 “할아버지의 역설”이라는 용어로 설명할 수 있다. 내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아버지가 존재해야 하고 아버지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할아버지가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시는 마트료시카 인형과 겹겹이 포개진 가족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가족의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