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지당은 어떤 인물일까요?
이 책은 그림책도시의 두 번째 역사인물 그림책입니다. 신사임당처럼 유명하지만, 일반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분입니다. 신사임당이 그림에 뛰어난 예술가이며 이율곡이라는 대학자 아들이 있었기에 널리 알려졌다면, 임윤지당은 자식이 없고 남편마저 일찍 돌아가셨기에 알려지지 않았던 것도 있을 것입니다.
임윤지당은 학문에 재능이 있었던 분입니다. 현대에는 여성이 공부하고 업적을 남기는 일이 많지만 조선후기의 여성은 남편과 자식을 섬기고 집안의 대소사를 치루는 일이 그 소임이었습니다. 그래서 임윤지당은 늦은 나이에야 책을 다시 꺼내서 학문을 하게 됩니다. 그림책은 조선 후기 여성이 자유롭지 못했던 시대와 조화롭게 호응하면서도 굳은 의지와 열정으로 학문의 길을 갔던 한 여성 유학자의 삶을 잔잔하게 보여줍니다.
따뜻하고 아기자기한 그림이 돋보인다
권문희 작가는 임윤지당을 다정하고도 굳은 의지를 가진 여성으로 해석했습니다. 앞표지에 똘망한 눈으로 오라버니가 알려주는 세상 이치를 듣고 있는 어린 임윤지당이 참 정이 많고 귀엽습니다. 어머니와 가족들이 모여앉아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모습은 무척 따뜻해 보입니다.
방 앞뜰에는 작약이 화려하게 피어있고, 뒷면에는 화병에 꽂혀 있습니다. 본문 속에도 간간히 등장하지요. 임윤지당이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었기에, 오라비니가 어린 누이를 업어주는 장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사실 조선시대 엄격한 유교사회에는 보기 어려웠을 수 있습니다. 양반 집안의 남자들은 어린 누이를 업어주는 일도 거의 없었고, 뜰에는 화려한 작약이 아닌 대나무나 국화 등의 사군자를 심었다고 하니까요.
하지만 쓸쓸했고 고단했던 임윤지당의 삶을 위로하고, 그의 다정다감했던 성격과 화목했던 가족들의 모습을 보여주려 권문희 작가는 따뜻한 그림을 그려 넣었습니다. 어쩌면 임윤지당은 그 다정한 성격으로 힘들었던 시대를 이겨내고 뒤늦게 학문에 정진했을 것 같습니다.